아이쿱생협을 비롯한 5개 생협은 명칭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오아시스와 우리생협은 생협단체의 주장은 허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사진은 아이쿱생협이 생협 명칭 불법사용에 대한 근거로 든 우리생협 홈페이지 홍보물로, 사진 속 매장은 현재로서 지자체 조치와는 무관하다. /우리생협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새벽배송 업체로 유명한 식자재 유통업체 ‘오아시스’가 성남시로부터 구두로 시정 권고를 받았다. 지역 내 오아시스 매장 간판에 ‘생협’ 표기를 중단하라는 것이 골자다. 아이쿱생협을 비롯한 5개 생협은 명칭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오아시스와 우리생협은 생협단체의 주장은 허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 생협단체 “조합 외 ‘생협’ 명칭 사용은 불법”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아이쿱생협)을 포함한 5개 생협(두레생협·한국대학생협·한살림·행복중심생협)은 공동성명문을 발표하고 22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5개 생협은 성명문을 통해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와 ‘지어소프트’ 등 다수 개인사업자들이 생협 명칭을 불법사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쿱생협은 기자회견 전날 △우리생협에 대한 광주시의 조사와 조치 △오아시스‧지어소프트 등 주식회사 및 개인사업자에 생협 명칭 대여 즉각 중단 △우리생협 오아시스 매장 간판에서 생협 명칭 즉각 삭제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광주시에 주식회사·개인사업자가 생협 명칭을 불법사용 함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우리생협에 대한 조사 실시와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우리생협에 생협 명칭 대여 중단을 요구하고, 간판에 기재된 생협 명칭 즉각 삭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 10월 설립된 오아시스(당시 우리네트웍스)는 ‘우리생활소비자협동조합(이하 우리생협)’ 출신 임직원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IT서비스‧디지털마케팅 기업 지어소프트는 오아시스의 모회사로, 지난해 12월 기준 오아시스 지분 68.95%를 보유하고 있다. 오아시스 측에 따르면 오아시스와 지어소프트는 현재 55개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외 오아시스와 물품공급 계약을 맺고 우리생협 조합원이 운영하는 위탁판매업체 16개가 존재한다.

생협단체의 주장은 생협법에 근거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제4조2항에 따라 설립된 조합 소속이 아니면 △생활협동조합 △생협 등과 유사한 문자를 상호에 사용할 수 없다. 아이쿱생협 설명에 따르면 생협 명칭을 사용하는 매장은 생협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출자해서 만들기 때문에 사업자는 대개 생협의 법인으로 명기된다. 따라서 주식회사인 오아시스·지어소프트나 조합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는 생협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전국에 다수 매장을 보유한 오아시스와 지어소프트는 모두 주식회사로, 생협과 성격이 다름에도 생협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생협으로만 표기된 개인사업자 매장도 16개가 존재한다. 조합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는 생협 매장 개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사항에 대해 권고가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생협 설립인가 권한을 가진 각 시·군 등 지자체에 생협 명칭 위반 관련 전수조사 실시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전수 조사 후 성남시는 지역에 위치한 오아시스 본사에 자율적 개선을 지시하는 지도 안내를 구두로 내렸다. 수원시는 1개 개인사업자에 시정 조치를 내렸으며, 서울시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정위에서 전국 시군에 생협법 위반 관련 실태조사를 요청했고, 관내에서 생협 명칭을 사용하는 전체 매장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며 “오아시스의 경우 주식회사는 생협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니 각 지점 간판에 기입한 생협 명칭을 개선하라고 안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협단체의 주장에 오아시스와 우리생협은 각각 입장문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오아시스가 법원 판결을 반영해 자사 매장에 우리생협이 위탁판매점이라는 정보를 표기한 문구. /오아시스

◇ 오아시스‧우리생협 “5대 생협 주장은 허위”… 법적 대응 예고

오아시스와 우리생협은 각각 입장문을 발표하며 생협단체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22일 우리생협은 입장문을 통해 “오아시스가 우리생협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 5대 생협의 ‘생협 사칭’, ‘가짜 생협’이라는 허위 주장 및 명예훼손적 행위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조치에 대해서도 “오아시스는 어떠한 공식 처분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우리생협과 오아시스는 생협 명칭 사용에 대한 공식 행정처분이 나올 경우 해당 처분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것임을 공정거래위원회 및 관련 행정청에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와 우리생협은 생협단체의 주장이 허위라는 근거로 우리생협이 오아시스와 정식 계약을 맺고 조합원 제도를 위탁제공한 점을 들었다. 아울러 생협단체가 지적한 16개 개인사업자는 우리생협 소속 조합원이라고 반박했다. 

우리생협은 “오아시스의 온라인 새벽배송 서비스는 오아시스마켓 브랜드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생협 조합원 제도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한해 우리생협 명칭을 일부 사용하고 있다”며 “조합원이 운영하고 있는 우리생협 대리점 16곳은 오아시스 명칭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아시스 명칭을 사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아시스와 우리생협은 위탁판매점인 사실을 표시하지 않을 경우 생협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반영해, 오아시스 조합원 제도를 위탁 운영하는 매장에 한해 우리생협의 위탁판매점이라는  표시를 한 후 영업해왔다고 설명했다.

우리생협은 “(타 생협) 민원 제기에 행정청(경기도)으로부터 처분을 받은 뒤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을 통해 조합원인 개인사업주가 생협의 대리점 및 위탁판매점을 운영하는 것이 생협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지난 2014년 10월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7년 경기도의 과태료 처분에 이의를 제기한 2심 재판의 경우, 수원지방법원은 위탁판매자인 사실을 표시하지 않고 우리생협이라고 표시했다면 생협법 위반이라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다만 우리네트웍스(오아시스)가 우리생협의 대리점 내지 위탁판매점 지위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생협법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과태료를 기존 2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경한 바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개선 안내가 내려지기 전부터 성남시에 올해 상반기까지 간판을 교체하겠다고 밝혀온 상황”이라며 “위법을 인정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문서 형태로 공식처분이 나올 경우 간판 교체와 별개로 해당 처분에 대해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1일 아이쿱생협은 오아시스가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법률사무소의 검토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아이쿱생협은 “생협이 개인사업자 등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생협 상호를 사용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법원의 판단은 오아시스 등 우리생협의 명칭을 사용하는 사업체들이 아니라 우리생협에 대한 것”이라며 “위탁판매자인 사업체들이 생협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위 사건의 쟁점이 아니었고 법원은 이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있었던 수원지방법원 판결 취지를 고려하면 오아시스, 우리생협 협력업체들이 우리생협의 대리점이나 위탁판매점이라는 사실을 별도로 표시하더라도 분명히 인식되도록 표시하지 않고, 생협명칭이 부각되게 했다면 이 역시 위법한 명칭 사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이쿱생협 등 다른 생협의 경우에도 매장운영을 다른 법인에 위탁하는 경우가 있으나, 생협법을 준수해 생협‧생활협동조합 등의 문자를 간판 등 매장 홍보에 사용하지 않으므로 우리생협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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