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면서 친환경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인 ‘전기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화재 사고 발생 시 안정성이 내연차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기상청에서 역대급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올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열사병 환자들이 급증하고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에서는 폭염으로 녹은 만년설이 붕괴해 최소 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기후 위기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면서 친환경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인 ‘전기자동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가 발표한 ‘Electric vechile outlook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 규모는 7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기차의 본격적 상용화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적잖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화재 사고 발생 시 안정성이 내연차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가볍고 높은 에너지 밀도로 고용량·고효율 전지로 꼽힌다. 하지만 배터리 셀에 강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고, 이때 냉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온도가 약 800℃까지 순식간에 올라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5월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전자관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현장./ 뉴시스

◇ 전기차, 화재 발생률 낮지만… ‘열 폭주’ 현상 발생하면 순식간에 ‘800℃’

전기차 제조 업체에서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내구성을 올리기 위한 설계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대표 전기차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재 ‘아이오닉5’ 등 생산하는 전기차 모델들의 배터리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셀 강건설계 △차량 협조제어 △능동 보호(BMS제어) △수동보호의 4가지 안전 설계를 한다.

이러한 안전 설계 덕분에 통계상 전기차의 화재 발생 확률은 내연차의 화재 발생 확률보다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 0.0027%로 내연차 화재 발생 비율인 0.01% 보다 낮다. 

또한 내연차의 경우 가솔린이나 경유 등 가연성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이런 가연성 물질을 사용하지도 않는데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때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가볍고 높은 에너지 밀도로 고용량·고효율 전지로 꼽힌다. 때문에 현재 전기차부터 청소기 등 가전 제품과 노트북·스마트폰 등 IT기기 등에서 사용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은 산화 금속 상태로 순수 리튬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상태다. 하지만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기차의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는 온도 변화가 주변 환경의 온도 변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열 폭주 현상 때문에 발생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음극에서는 약 70~90℃에서, 양극에서는 130~150℃에 발열 반응이 시작한다. 이때 적절한 냉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온도가 약 800℃까지 순식간에 올라가게 돼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 폭주 현상은 배터리 셀에 강한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주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강하게 내려치거나 부딪히는 충격, 혹은 아주 뜨거운 온도 등의 스트레스는 리튬 이온 배터리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기차 화재의 경우 내연차 화재 진압보다 훨씬 어렵다. 화재 진압 시, 배터리의 철제 보호막을 소화기 분말 등의 소화제가 침투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에서 발생했던 전기차 테슬라 화재(사진)의 경우,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7시간 동안 무려 10만L의 물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 전기차 배터리, 불 붙으면 진압 어려워…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도 문제

하지만 여기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적은 확률을 뚫고 전기차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다. 화재 발생 확률 자체는 내연차보다 낮지만 일단 화재가 발생할 경우 내연차보다 그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KIRI) 김유미 연구원은 ‘전기차 증가에 따른 자동차보험 리스크 변화(2021)’ 리포트에서 “전기차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불안전성으로 내연기관차보다 폭발·화재 위험이 높고 고가의 전자제품 사용으로 인해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전기차 화재의 경우 진압이 내연차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에 가해질 충격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튼튼한 강철로 보호한다. 문제는 화재 진압 시, 배터리의 철제 보호막을 소화기 분말 등의 소화제가 침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청에서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는 ‘이동형 냉각수조’를 개발한 상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소방청 및 서울소방학교 소방관들이 이동형 냉각수조를 활용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소방청

실제로 지난 6월 미국에서 발생했던 전기차 테슬라 화재의 경우,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7시간 동안 무려 10만L의 물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4일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역시 진화에 7시간 이상 걸렸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를 포함한 2명이 사망했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소방청에서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는 ‘이동형 냉각수조’를 개발한 상태다. 이동형 냉각수조는 말 그대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물속에 그대로 담그는 수조다. 방수·불연소재 섬유포 2장으로 차량 하부와 측면을 감싸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약 물 6,000L가 사용된다.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문제와 함께 화재 시 발생하는 ‘가스’ 역시 문제다. 배터리가 폭발했을 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열 폭주를 가속화하거나 화재 전이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독한 가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매우 유독한 물질 중 하나로 꼽히는 ‘불화수소(HF)’다.

이준혁 방재시험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한국화재보험협회 연구원들도 작성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스 발생 특성에 대한 연구(2021)’ 논문을 통해 “HF는 열폭주 시 발생 되는 전체 가스 발생량 중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은 편이지만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되는 대표적인 독성가스로 인체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발생하는 H₂(수소)는 폭발 범위가 4~74%로 매우 넓어 발생 시 사고 위험성이 크다”며 “이 두 가지 가스는 안전대책을 위해 파악해야할 중요한 요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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