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애지중지 아끼는 '밥캣(Bobcat)'이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밥캣이 영 신통치 못한 성적을 내고 있어서다. 두산 측은 "수익성이 개선 될 것"이라며 시장이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불안한 시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의 미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Doosan Infracore International, Inc, 이하 DII)’과 유럽법인 ‘두산홀딩스 유럽(Doosan Holdings Europe Ltd. 이하 DHEL)’은 올해 1분기 각각 166억원과 1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DII 132억원, DHEL 25억원 손실액이 증가한 규모다.

밥캣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두산인프라코어는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게 사실이다. 소형건설기계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밥캣이 북미 유럽시장 40%를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산 입장에선 밥캣을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의 진출까지 꿈꿨던 것이다. 당시 두산은 2012년 건설기계분야 매출 120억 달러 달성을 목표했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두산은 그로인한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에서 불어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 제품인 건설중장비 등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2003년 이후 호황을 지속했던 중장비 시장은 2008년부터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밥캣 역시 2008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다.

밥캣을 포함해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DII는 2009년 4,5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0년, 2011년 각각 1,829억원, 4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이익의 발생으로 두산그룹 편입 이후 첫 '흑자'를 달성했지만 올 1분기 또다시 1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상승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유럽법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DHEL의 경우 2009년 3,4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래 2010년 2,739억원, 2011년 393억원의 만성 적자를 봤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2분기 미국시장 등의 경기 회복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실적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를 비롯한 업계 일각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을 인수하면서 짊어진 '짐'이 적지 않아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밥캣의 '고액인수' 논란은 여전히 두산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을 인수하기 위해 51달러에 지불했다. 당시 한국 기업의 단일 매입가로는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곧 '후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차입금은 결국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두산그룹까지 유동성 위기로 내몰았다.

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2009년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20.54%를 매각한 것도 밥캣 인수 후유증 아니겠느냐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내고 있는 어마어마한 연간 순이자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2011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3,200억여원을 순이자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산인프로코어 영업이익의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해마다 3,000억원 상당의 이자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실적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꼬집고 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그룹 측은 밥캣 인수와 관련한 여러가지 우려들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밥캣 인수로 인한 우려는 이미 한 템포 지나간 것 같다"면서 "공교롭게도 밥캣을 인수한 이후 곧바로 금융위기가 터져 기대만큼의 활약을 못해준 것이 사실이지만, 2012년을 전환점으로 턴어라운드 했다고 본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밥캣에서 나왔으며, 앞으로도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역시 "(1분기 실적의 하락은)경기불황에 따른 것으로, 두산 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실적 악화가 아니라 아직 성장이 덜 됐다고 보는 게 맞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