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공인회계사가 본 경기실사지수’ 74… 2분기 대비 13포인트↓
케이카 “9·10월, 중고차 시장 경차 비수기인데 수요 증가·보합세 기록”
국산 경차 시세 소폭 상승… 중고 수입차, 경기 침체에 가격 방어 난항

국내 경차 시장의 영원한 맞수 모닝과 스파크가 경쟁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에 중고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한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의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시사위크DB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 3분기 체감경기가 직전 분기 대비 악화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은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한 차량에 대한 관심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지비가 높은 수입차에 대한 관심은 떨어져 시세가 하락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표한 ‘공인회계사가 본 경기실사지수(CPA BSI)’에 따르면 회계사들이 평가한 올해 3분기 경제 현황 BSI는 직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74로 나타났다. BSI가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의미하며,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즉 3분기 체감경기는 직전 분기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경기 악화·경기 침체는 소비 위축 현상으로 이어지는데, 중고차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과 유지비가 저렴한 ‘작은 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 Car)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국산·수입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10월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보합세 속에 경차 등 저렴한 가격의 모델이 빠르게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케이카 측의 중고차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경차 매입 후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까지 기간이 전월 대비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 자료=케이카, 그래픽=시사위크
케이카 측의 중고차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경차 매입 후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까지 기간이 전월 대비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 자료=케이카, 그래픽=시사위크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경차는 사회 초년생들이 첫 차로 관심을 가지면서 보통 매년 2∼3월에 수요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예년 같으면 ‘경차 비수기’로 꼽히는 9월과 10월 오히려 경차의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차 시세 역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의 보합세로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판매에 소요되는 기간 역시 단축되며 견조한 수요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9월 기준 쉐보레 스파크 전 모델의 평균 판매 기간은 23일로 전월 대비 11일, 전년 동기 대비 9일 단축된 것으로 나타나 중고 경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을 방증했다. 스파크에 비해 시세가 평균적으로 100만원 정도 높은 기아 모닝의 판매 기일도 27일로 전월보다 6일 줄어들며 역시 높은 수요를 보였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서도 경기 악화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경차의 시세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차의 중고차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기아 더 뉴 레이는 0.4%, 올 뉴 모닝 3세대는 1.7% 올라 각각 700만원대에 중고차 매물이 포진해 있다.

박상일 케이카 PM1팀장은 “어려워진 경제 요건 속에 경차 등 가성비 좋은 모델의 수요가 늘어나는데 비해 공급에 해당하는 매입량이 적다 보니 매물이 들어오는 대로 빠른 시일 안에 판매되고 있고, 스파크의 경우 신규 생산이 중단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년과는 다른 흐름이 계속되면서 향후 대상 모델의 시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국산차 또는 경차 대비 유지비가 높은 수입차에 대한 수요는 줄어 수입차의 시세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서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높은 신차 가액과 유지비 부담이 큰 수입차는 가격 방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첫차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2018년식 △주행거리 7만㎞ 이내 △무사고 기준에 부합하는 중고차 데이터에 따르면 수입차 인기 모델로 꼽히는 BMW 5시리즈 7세대의 10월 중고차 거래 시세는 전원 대비 0.8% 하락했고, 3시리즈 6세대의 10월 시세는 전월 대비 5.4% 하락했다. 특히 3시리즈의 경우 4시리즈와 더불어 신차 대비 60% 이상 감가된 중고 가격을 형성해 원가 기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중고차도 전체적인 하락세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벤츠 E-클래스 5세대는 전월 대비 평균 거래 시세가 2.2% 떨어졌다. 이 외에도 벤츠 C-클래스와 GLA 모델의 10월 중고차 시세는 전월 대비 각각 1.7%, 3.4% 하락했으며, 2018년식 폭스바겐 티구안 시세는 10%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철 첫차 이사는 “중고차 수요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면서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국산 경차나 소형차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치성 짙은 소비가 자제되는 양상에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수입 브랜드 차량인데, 역으로 생애 첫 수입차를 꿈꾸던 소비자라면 시세를 잘 관찰해 구매를 고려해볼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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