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조경제 프로젝트에 37조 투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위해 투자·인력창출 지원 아끼지 않아

▲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을 방문해 재계 총수들과 만남을 갖는 모습.

국내 대기업들은 경기불황과 그에 따른 경쟁심화, 수익성 악화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를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10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은 ‘창의성’을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에 따르면 10대그룹은 올해 창조경제를 위해 총 37조원을 투자계획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이후 진행돼 온 창조경제 관련 프로젝트 가운데 올해 투자분에다 이미 확정돼 있는 신규프로젝트 중 연내 투자되는 금액을 합친 것이다. 10대그룹이 올해 투자할 금액이 총 104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35%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37조원 가운데 대부분인 35조3,533억원이 신사업창출에 투자된다. 미래성장산업, 융복합을 통한 신규아이템 개발, 주력사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연구개발투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창조경제 관련 주요 사업내용을 보면 바이오산업 투자, 배터리공장증설, LTE-A 등 차세대 망사업 투자, 전기차 부품개발사업, 의료용 로봇개발, 스마트 십 사업, 바이오매스 발전소사업 등이다.

창조경제를 장기적으로 구현해 나갈 인재도 올해에만 1만5,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이 될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엔지니어링대학원생, 항공기 성능개량기술자,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인재 육성 등이 진행된다.

일부 기업은 이 같은 계획을 현재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낸 기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지난 4일, 서유럽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기차 산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파리에 위치한 르노의 전기차 체험센터를 방문한 모습.

우선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이 눈에 띈다. 최근 르노자동차와 전기차 공동개발을 발표한 LG화학은 프랑스 현지에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제시됐다.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LG화학과 르노간 전기자동차 협력은 두 나라간 창조경제 분야 협력에서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 “한쪽이 가진 배터리 기술과 다른 한쪽이 보유한 생산기술 강점이 합해지면 시너지 효과를 내 기업에도 좋고 경제에도 좋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인류 목표에도 기여하는 ‘일거삼득’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기차의 보급 개발을 한국 정부는 계속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양사의 협력관계가 창조경제 모델로 떠오르는 것은 현재의 경영성과 차원을 넘어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친환경적, 융·복합적 요소는 창조경제의 단면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차는 엔진 등이 아니라 배터리를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LG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침체기인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선언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3분기부터 중소형 LCD 패널분야에 8,326억원의 신규투자를 추가 진행키로 했다. 기존에 계획돼 있던 투자규모에서 20%정도 확대한 것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올해 약 4조원의 투자 집행계획을 세웠지만, 시장의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자 빠르게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1년에 4조원, 지난해 4조2,000억원 등 3년 연속 4조원대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최대 규모다.

SK그룹의 창조경제 모델은 최문기 미래부장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장관은 10월 10일 서울시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행복동행 사례를 통한 창조경제 실현모델 공유 및 확산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가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현장참여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SK텔레콤과 같은 민간기업이 앞장서고 있는 창조경제 모델을 출연연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 최문기 미래부 장관(사진 왼쪽 2번째)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사진 왼쪽 1번째)을 비롯한 민관 관계자들이 10월 10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행복동행 사례를 통한 창조경제 실현모델 공유 및 확산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창조경제 실현모델 확산과 공유를 위한 자리를 가졌다.

SK텔레콤은 이날 간담회에서 만 45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의 ICT 창업을 지원하는 행복창업 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과를 발표했다. 건강게임기, 초소형 프로젝터, 초소형 프린터 등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는 창업 기업들의 발표를 듣고, SK텔레콤의 인큐베이팅 전략을 공유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들 기업들에게 최대 1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창업노하우 전수, 멘토링, 심리상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활동을 전개하는 등 창조경제를 위한 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행보도 주목된다.

최근 ‘그린콜 기술’을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기존에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분야에 기술을 더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 즉 ‘창조경제’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린콜 기술’은 비교적 값이 싸지만 공해 문제로 쓰임새가 적은 저급 석탄을 ‘석탄 가스화’ 공정을 통해 일산화탄소와 수소 등으로 구성된 합성가스로 전환한 뒤 불순물을 제거해 합성석유, 합성천연가스와 화학제품 등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부존량이 석유의 3배에 달하는 저급 석탄을 활용한 그린콜 기술이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2008년부터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2, 3년 내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한화건설은 '해외 신도시 개발 창조경제 시범사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국토연구원 주최로 지난 9월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글로벌개발협력포럼에서 '해외 신도시 개발 창조경제 시범사례 기업'으로 선정됐다.

▲ 강창희 국회의장(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과 국회의원단 일행이 지난 7월 13일 한하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현장을 방문해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앞줄 왼쪽 여덟번째), 아야드 마지드 이라크 국회사무총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근로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화가 추진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사업은 100여개 협력업체와 1,500여명의 국내 인력이 진출함에 따라 연인원 55만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중소기업 간의 성공적인 동반성장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플랜트, 정보기술(IT), 통신, 항만, 물류 등 부대사업과 연관산업이 동반진출하는 등 창조경제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란 평가다.

실제 강창희 국회의장은 지난 7월 비스마야 현장을 직접 방문해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꼽으며 "앞으로 7년 뒤 인구 60만명의 비스마야 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완공되면 전 세계가 대한민국 건설의 힘에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은 2007년 이건희 회장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화두로 '창조경영'을 제시한 이후 ‘창조경영’이 삼성 경영의 핵심 키워드이자 혁신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과거의 빠른 추종자 전략으로는 지속적인 고성장과 고수익을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개척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창조경영이 필수적이라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이에 삼성은 임직원들이 열정과 재능, 창의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개발연구소’ 제도를 도입했다. ‘창의개발연구소’ 제도는 임직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과제로 선정되면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태스크포스(TF)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창의개발연구소의 첫 번째 과제로 선정된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은 지난해 개발돼 비상업적 용도로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도록 일반에 공개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도 확대해 올해부터 매년 2,000명 이상, 5년간 1만명 이상을 채용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에 매년 1,500명을 채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30%가량 늘어난 규모다.

포스코 역시 이미 4년 전 ‘창조경영’을 CEO 경영철학으로 선포했다. 포스코는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현장에 즉시 적용하는 ‘궁즉통(窮卽通)’ 활동을 펼치는 한편 벤처기업 육성 및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힘써왔다.

임직원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 땐 즉시 적용하고,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를 연 3회 개최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 CJ그룹은 지난 4일부터 6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KBEE 2013'에 참가, CJE&M과 CJ비비고 부스를 운영하며한류 콘텐츠를 산업과 접목한 CJ식 한류 비즈니스모델을 소개했다.

CJ그룹의 경우엔 문화적 콘텐츠를 접목시킨 ‘창조경제’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2013 코리아브랜드&한류상품박람회(KBEE2013)'에 참가, CJE&M과 CJ비비고 부스를 운영하며 한류 콘텐츠를 산업과 접목한 CJ식 한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KBEE2013’은 한류의 확산에서 한발 나아가 한류에 대한 관심이 경제산업적인 낙수효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뷰티, 식품, 디자인, 공연 등의 유관 산업과 접목하여 유럽에서 '한류경제학'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자리다.

CJ그룹은 한류 콘텐츠의 관심과 애정을 한류 상품의 체험 및 경험으로 확장하고, 반복적인 체험과 경험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한류 콘텐츠의 지속적인 사랑으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으로 잡고 강력 추진 중이다. 이 같은 CJ식 창조경제 모델이 이번 'KBEE2013' 또 한번 빛났다는 평가다.

한편 CJ는 CJ E&M 소유 케이블 채널을 통해 “CJ는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내며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국내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라는 제조업에 ‘최첨단 전자시스템’이라는 IT분야를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선보이고 있다. 자칫 단순 제조업의 영역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산업간의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의 영역에서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가까운 셈이다.

창조경제를 위해 현대차는 특히 연구개발(R&D)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많은 금액을 자동차부문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설투자와 R&D 투자를 포함한 현대차의 올해 전체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5,000억 가량 늘어난 10조원이다.

특히 친환경차, 정보기술(IT) 분야의 R&D가 중심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해 “자동차 산업이 창조경제 실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친환경차 분야의 R&D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라는 철학 아래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까지 5년간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 ▲소상공인 창업 ▲사회적 기업 소셜 프랜차이즈 확대 등을 통해 500개의 창업을 지원하고 2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320억원이라는 재원도 투입할 계획이다.

▲ 두산중공업 협력사 대표들이 지난 2월 ‘동반성장 콘퍼런스 2013’에 참석, 한기선 두산중공업 운영총괄사장에게 동반성장을 염원하는 자필 메시지를 담은 액자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두산은 해상풍력 시스템,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 기술 등 창조경제를 위한 첨단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두산중공업은 최근 3㎿ 해상풍력 시스템(WinDS3000TM) 개발에 성공했다. 국책과제로 개발된 해상풍력 시스템은 블레이드, 증속기 등 핵심 기술을 국산화 했으며 해상풍력에 적합하도록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제주도 월정 앞바다에 3㎿급 해상 풍력 실증 플랜트를 국내 최초로 설치해 운전 실적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또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개발과 상용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온실가스 규제,화석연료 고갈 등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사업 분야로, 2013~2017년에는 전 세계 석탄 및 가스 화력발전소 신규 발주 물량(연간 80~100GW)의 약 50%에 CCS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50조~6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황금 시장이다. 두산중공업은 CCS 기술을 통해 2013년 이후 연평균 1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올 한 해 총 708억원 규모로 펀드를 추가 조성해 협력사의 자금 지원, 원자력 품질 인증 취득, 해외 EPC 건설현장 동반진출, 해외전시회 참가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지원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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