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회 증인 출석해 "배당금 반환" 약속하더니 감감 무소식

 

▲ 사진은 지난 2011년 10월 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부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 의원들의 질의에 고개숙여 경청하고 있는 모습.

“배당금 반환을 검토해보겠다.”

지난 2011년 8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따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뱉은 말이다.

이날 조 회장은 “회사의 경영합리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차원에서 조 회장이 받은 이익 범위 내에서라도 환원해야 하지 않느냐”는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의 질의에 “의견을 검토해본 다음에 발표를 하든지 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2012년 2월, 한진중공업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중공업홀딩스가 보통주 2당 250원을 현금배당 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약 34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조남호 회장 일가의 배당금에 주목했다. 주력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이 무려 4년간 수주가 전무한 상태고, 이 때문에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장이 책임지고 배당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돼서다. 무엇보다 조 회장이 “배당금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기 때문에 당시 배당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다.

하지만 조 회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 회장은 자신의 배당금 약 34억원을 모두 챙겼다. 회사 경영 합리화를 위해 지갑을 열겠다는 얘긴 결국 말뿐이었다. 

조 회장은 올해도 현금배당을 받았다. 지난해에 대한 배당금을 올해 수령한 것인데,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올 2월 주주들을 대상으로 65억원 가량을 현금 배당했다. 이 가운데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조남호 회장에게 약 26억원의 배당금이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조 회장이 이번 배당금 역시 회사발전 등을 위해 환원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조선 수주잔량이 2008년도 호황기와 비교해 1/7토막 났다. 2011년 연결기준으로 한진중공업은 9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 불황에 따른 선가 하락 여파로 영업이익도 최근 3년간 누적 적자 상태다.

한진중공업홀딩스 역시 2011년 96억원에 이어 지난해 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다.

물론 재계에선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주식회사이고, 조 회장 등의 대주주 외에도 소액주주 및 투자자들을 고려한다면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배당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사가 어렵다면 오너인 회장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공적인 자리에서 국민에게 약속을 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중공업 내부에서는 조 회장의 배당금 환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연 조 회장의 약속은 지켜질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새빨간 거짓말'로 전락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한편 조남호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50억원의 성과급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메리츠종금증권 등 3사가 조 전 회장에게 지난해부터 지급되지 않은 성과급 50억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고 조 전 회장도 이를 받아들였다. 형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회사가 적자임에도 배당금을 수령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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