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응급피임약이 처방전 없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의가 요망된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 복용 시에는 평균 95%의 피임성공률을 보이지만, 48시간 이내 복용 때는 85%, 72시간 이내 복용 때는 피임성공률이 5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응급피임약 복용율이 일반 피임약 복용율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처방전으로만 응급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불편하니,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정호진 부회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응급피임약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응급피임약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기본 전제가 잘못된 것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피임약 복용율로 대변되는 사전피임 실천률이 많게는 우리나라보다 20~30배가 많은 나라들과 먹는 피임약 복용률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사후피임약이나 피임의 만병통치약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응급피임약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응급피임약의 평균 피임성공률은 85%로 79%인 콘돔에 비해 조금 높은 정도이며, 정상 복용시 98%의 피임성공률을 보이는 일반먹는 피임약에 비해 신뢰도가 낮다. 또한 여러 번 복용하면 일반 피임약의 10~15배에 해당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에 내성이 생기므로, 급할 때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리불순, 생리통 등의 생리관련 트러블을 치료하는데도 이용되는 일반 먹는 피임약과 달리, 고용량의 호르몬을 포함하고 있는 응급피임약은 복용 후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하복부 통증, 유방통증, 피로 및 불규칙한 질 출혈, 여성호르몬 및 내분비계의 일시적 교란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드물게는 응급피임약 부작용으로 인한 출혈을 생리로 오인하여 임신 상태를 간과하거나 자궁외 임신과 같은 응급상태를 모르고 방치할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은 여성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산부인과전문의와의 상담 후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정 부회장은 “응급피임약의 처방을 받으러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응급피임약 복용 이후의 상시 피임방법까지 상담받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므로, 응급피임약을 처방없이 판매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며 “피임약 복용 비율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사전 피임의 실천이 일반화되기 전에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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