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서 두 번째 설날을 맞는 최태원 SK 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감 1주년과 설날을 동시 맞는 최태원 SK 회장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설범식 부장판사)는 이른바 ‘SK횡령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원홍(52)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SK횡령사건’은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이 연루된 수백억 규모의 횡령사건이다. 재판과정에서 수시로 진술과 내용이 번복되고, 반전을 거듭하며 더욱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 현재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각각 징역 4년과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놓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7월 체포돼 송환된 김 씨는 재판과정에서 줄곧 자신과 최 회장, 그리고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또 다른 사건 연루자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주범이고, 그의 단독범행이였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었다. 김 전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최태원, 최재원, 김준홍 등 4명 모두 SK횡령사건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최 회장 등에 대한 유죄 판결과 일맥상통한다. 즉, 특정인에게 덤터기 씌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최 회장이 품고 있던 일말의 기대는 사실상 산산조각나게 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19일 김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 나이 50줄에 평판이 있는데 먹칠하는 일을 했겠느냐. 내 이름과 하느님 앞에 맹세한다. 이번 일을 알지 못했고, 횡령할 의도도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4명이 모두 횡령에 가담했다며 쐐기를 박았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원홍 씨 재판의 판결문을 정확히 확인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을 찾은 최태원 회장이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배식을 받고 있는 모습.
◇ 최태원 회장의 반갑지 않은 두 번째 설날

횡령사건과 관련 지난해 1월 31일 유죄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최 회장은 사흘 뒤 수감 1주년을 맞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설날이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설날을 보낸 바 있다. 어느덧 두 번째 맞는 설날이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설날엔 떡 같은 특식이 제공되고, 일부 수감자들을 모아 차례를 지낸다. 그 외에 특별한 행사는 없지만 설 연휴 마지막 날에 특별접견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두 번째 설날이 지난해와 조금 달라진 것은 동생도 같은 구치소에 함께 수감 중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최 회장의 심적인 외로움은 덜 할지 모르겠으나 최종 판결을 앞둔 초조함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최종 판결은 2월 안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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