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임수혁.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00년 4월 18일. 잠실에서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2회초, 2루에 나가있던 한 선수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는 임수혁이었다.

임수혁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항은 나빴다. 호흡이 끊긴 동안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포타자’는 순식간에 ‘식물인간’이 됐다.

임수혁의 투병 생활은 길게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그의 가족들과 동료, 수많은 야구팬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모두들 2루에 나갔던 그가 언젠간 홈을 밟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임수혁을 돕기 위한 크고 작은 행사들도 이어졌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2010년 오늘, 3,583일의 투병생활을 뒤로하고 영원히 눈을 감았다.

임수혁은 프로데뷔 7년차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더 보여줄 것이 많았던 그였기에 아쉬움도 더욱 컸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조금만 더 ‘준비’가 돼 있었더라면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지 않았을 거란 점이다.

당시 우리 스포츠계에는 응급상황에 대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다. 의식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임수혁이 심폐소생술을 받았더라면 최소한 그가 식물인간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내 스포츠계는 ‘임수혁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반성과 보완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또 다른 선수들을 살려냈다. 대표적인 것이 축구선수 신영록이다.

신영록은 지난 2011년 5월 8일 프로축구 경기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쓰러진 상황과 이유는 임수혁과 흡사했지만 대처는 달랐다. 경기장에는 심장제세동기와 산소호흡기 등이 구비된 구급차가 대기 중이었고, 현장 의료진은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결국 신영록은 쓰러진지 50여일 만에 다시 일어났다. 아직 선수 복귀는 힘들지만 현재 많이 회복한 상태다.

2010년 오늘, 임수혁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는 영원히 임수혁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임수혁’은 이제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