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지사는 애초에 내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레고랜드발 사태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일정을 하루 축소해 27일 귀국했다. /뉴시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지사는 애초에 내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레고랜드발 사태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일정을 하루 축소해 27일 귀국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최문순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강원도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국가 경제 위기 상황으로 규정, 맹공에 나서는 데 맞불을 놓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이른바 ‘3고 현상’ 등으로 경제 상황이 여의치 못한 와중에 자칫 국정 운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국민의힘은 28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와 관련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책임을 거론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후속조치 점검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김진태 발(發) 금융위기라고 민주당이 네이밍해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레고랜드를 추진한 민주당 출신 최 전 지사 때 문제를 덮으려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경위가 어떻든 레고랜드 사태는 김진태 지사의 말 한 마리도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최 전 지사 시절부터 쭉 문제가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누적돼 온 문제들이 이제야 터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최문순 책임론’으로 적극 방어에 나서는 데는 민주당의 공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됐다는 점을 고리로 김 지사의 ‘조기 사퇴’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방정부 관광연맹 총회 참석차 베트남 출장을 갔던 김 지사가 전날 이른 귀국 후 “본의가 아니다”라며 사과하고 채무 이행을 약속했지만, 민주당의 공세를 멈추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나간 버스에 대고 손 흔드는 격”이라고 힐난했다.

비단 김 지사의 책임론만 꺼내 든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경제 무능’과도 결부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날(27일)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진태양난’ 불씨가 거대 산불로 이어지는 데 당장 불 끌 대책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공세의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 ′급한 불 꺼야′ 분주한 국민의힘

민주당의 타깃이 김 지사를 넘어 윤석열 정부까지 향하자 국민의힘의 발걸음도 바빠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결과로 지목되는 ‘자금 경색’의 경우 전 세계적 경기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과 문재인 정부 당시 ‘실정’이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면서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현재 국내 시중 자금이 경색된 주원인은 문재인 정권 5년간 탈원전 정책 희생양으로 삼았던 ‘한전의 국내 채권시장 교란’”이라고 꼬집었다.

‘적극적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당내서 ‘우려’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태가 시장 곳곳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다. 당내 ‘경제통’으로 평가되는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 지사가) 채권시장이 전체가 다 연결돼 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지사의 조치도 적절했던 것은 아닌 걸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급한 불은 꺼야 한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부가) 공적으로 채권을 흡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장에서 그걸로 되겠느냐는 의구심은 들 수 있다”며 “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공적 흡수 규모를 늘리는 등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에선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한다. 정부 측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2022.10.28. SBS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 윤희숙 전 의원
2022.10.28.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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