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사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흥국생명, 사진편집=이미정 기자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사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흥국생명, 사진편집=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최근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와 관련한 후폭풍 진화를 비롯해 재무건전성 강화 등 각종 난제가 임 대표를 기다리고 있어서다.

◇ 콜옵션 미행사 결정했다 입장 번복

임 대표는 지난 3월 흥국생명에 깜짝 영입됐다. 그는 198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역임한 인사다. 보험업 전문가가 아닌, 통화당국 출신 인사의 영입은 업계에선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됐다. 

임 대표는 취임 후 분주한 시기를 보내왔다. 조직개편, 상품 라인업 재정비, 새 회계기준 도입을 대비한 재무건전성 강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 준비 등을 등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최근 그의 리더십을 놓고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건이 터졌다. 흥국생명은 최근 5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을 미행사하기로 결정했다가 논란이 일자 입장을 번복하는 등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번 사태는 이달 1일 흥국생명이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싱가포르거래소에 공시하면서 촉발됐다. 당초 흥국생명은 발행일로부터 5년 후 조기상환하겠다는 콜옵션을 걸었던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긴 특성을 갖고 있다. 통상 발생사들은 5년 또는 10년 내 조기상환한다는 콜옵션을 걸고 이를 행사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흥국생명이 이 같은 관행을 깨고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자 시장에 큰 파장이 일었다.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지만 외화채권시장에서 한국물(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에 대한 신뢰 저하 우려가 확산됐다. 실제로 일시적으로 한국물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의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흥국생명은 엿새만에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흥국생명은 7일 2017년 11월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측은 “이번 결정은 최근 조기상환 연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며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현재 당사의 수익성 및 자금유동성, 재무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황이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의 기존 결정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시장 신뢰 회복·재무 건전성 강화 숙제

흥국생명의 입장 철회로 시장 혼란은 어느 정도 안정되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는 9일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관련 시장반응 점검’ 보고서를 통해 “7일 흥국생명이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발표한 이후 한국 CDS 프리미엄이 축소되고, 외화채권 시장에서 한국물 가격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통시장에서 한국계 외화채권들의 가격 급등락이 다소 있었지만 연말까지 대부분의 발행이 완료되면서 큰 파장은 피한 것으로 보이며, 내년 외화채권 시장에서 우량 및 최초 발행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업계에선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로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시장 신뢰 회복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의사 결정을 둘러싸고 임형준 대표이사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다. 금융 전문가로서 콜옵션 미행사가 미칠 파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임 대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업계에선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임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임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후폭풍을 잠재우고 재무건전성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동시에 품고 있다. 

흥국생명은 우선 자체 자금으로 9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치로 흥국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150% 미만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흥국생명은 대주주 지원 등을 통해 추가 자본 확충을 추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임 대표가 건전성과 신뢰 회복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관련한 시장반응 점검
2022.11.9 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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