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필자 김현성- ‘위더십 연구소’ 공동대표, -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전 서울시 디지털 보좌관  
필자 김현성 ▲‘위더십 연구소’ 공동대표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전 서울시 디지털 보좌관  

물음이 생겼다.
 

‘디지털은 소상공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인터넷도 모바일도 우리가 선택 했다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적응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시간일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코로나19 같은 두렵고 낯선 존재다.

이번 연재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제 백신’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함께 위 물음에 대한 물음동지가 되어 답을 찾아 갔으면 한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아니다’는 말처럼 디지털이라는 격랑의 바다로 출항하려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급 혁신에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뉴욕구상’ 이후 지속적으로 의제화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급 혁신에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뉴욕구상’ 이후 지속적으로 의제화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 뉴시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수요혁신

‘빈곤 포르노’ 논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급 혁신에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뉴욕구상’ 이후 지속적으로 의제화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지금의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총수요 창출자로써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진단과 처방에 동의하기 어렵다. 아울러 과거 산업에서 정부의 선도적 역할을 중심으로 디지털 경제를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쉽다.

다른 결과를 원하면서 같은 방법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교주고슬 [膠柱鼓瑟]_거문고의 줄을 괴는 기러기발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없도록 아교로 붙여 놓고 연주한다는 뜻으로, 고지식하여 조금도 융통성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_ 같은 일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국가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공급과 생산 중심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생중계까지 했지만 ‘비상 민생 경제회의’는 비상도 민생도 경제도 없었다. 보는 내내 타임머신을 타고 박정희, 전두환 시절을 보는 듯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은 디지털 대전환과 디지털 경제로의 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실천과 행동은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낙수경제 머물러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생중계까지 했지만 ‘비상 민생 경제회의’는 비상도 민생도 경제도 없었다. 보는 내내 타임머신을 타고 박정희, 전두환 시절을 보는 듯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은 디지털 대전환과 디지털 경제로의 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실천과 행동은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낙수경제 머물러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 뉴시스
얼마 전 생중계까지 했지만 ‘비상 민생 경제회의’는 비상도 민생도 경제도 없었다. 보는 내내 타임머신을 타고 박정희, 전두환 시절을 보는 듯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은 디지털 대전환과 디지털 경제로의 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실천과 행동은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낙수경제 머물러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 뉴시스

 

디지털 상공인 시대를 준비해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과거 경제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답습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탈바꿈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대전환은 낙수가 아니라 분수가 돼야 한다. 아랫목만 데워지는 온돌이 아닌 윗목까지 데워지는 보일러가 되어야 한다. 지금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정부가 힘써야 될 타겟은 600만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이다. 필요성에 대한 마음은 커졌지만 현실적으로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상공인으로 전환을 연착륙 시키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돼야 한다. 현상유지에 포커싱된 손실보상과 함께 성장의 관점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신속한 전환을 지원해 ‘디지털 상공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상공인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디지털을 공급보다는 수요의 관점에서 보는 관점의 전환의 시작일 것이다.

기업은 정부 규제보다 소비자 규제에 민감하다.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서 레고블럭처럼 변화한다. 정부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현상을 쫓는 것이 아닌 현상 속에서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변화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다를 수 있다. 정부의 선도적 기술개발로 기업의 신사업을 이끌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정부의 R&D 기능은 중소기업에게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R&D 사업화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변화의 폭과 깊이 속도가 빠르다.

기업과 정부가 국가경제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존중하면서 성장하고 진화해 가야 한다. 정부가 동네 축구하듯이 공을 쫓아가서는 안된다. 경기장을 만들고 성장을 위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같은 룰말이다. 좀 튀는 물음일 수는 있지만 축구에서 오프사이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역할이 있듯이 국가경제에서도 정부의 포지션을 잘 잡아야 한다. 디지털 경제 시대 팀코리아에서 정부는 공급혁신이 아닌 수요창출과 소비혁신이 필요하다. 그래야 일자리도 민생 경제도 지킬 수 있다. 디지털 전환된 소상공인의 경쟁력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속적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상공인 정책도 현상유지의 관점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뉴시스 
디지털 상공인 정책도 현상유지의 관점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뉴시스 

 

소상공인이 아닌 소상공업으로 관점의 전환을

플랫폼 입점은 시작이다. 소수의 선택된 소상공인 플랫폼 입점지원이 디지털 상공인 정책의 핵심 될 수 없다. 입점을 도와줬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디지털 시장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상공인 정책도 현상유지의 관점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상공업과 스타트업 창업이 서로 다르지 않음에도 소상공인 창업은 현상유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창업은 성장 중심으로 지원을 하는 정부정책은 잘못됐다. 서로 다르다는 구별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것을 먼저 보려는 구동존이의 자세가 필요하다. 소상공인 창업자 중에서도 소위 말하는 유니콘이 나올 수 있다. 디지털 상공인 정책도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차제에 소상공인보다는 소상공업으로 개칭을 제안한다. 소상공인 정책도 보다 기업과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입점 이후 브랜딩 마케팅 지원을 통해 디지털 시장 안에서 수요를 창출하고 판로와 유통, 물류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마케팅, 유통과 판로지원이 개별 기업의 일로 중요성이 크지 않았다면 새로운 디지털 경제시대에 정부는 총수요 창출과 소비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제로의 연착륙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민생 경제에 기여하는 길이다. 디지털 상공인이 디지털 경제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공한 민간의 플랫폼에 숟가락 얹으면서 플레이어가 되어 N분의 1이 되는 것이 아닌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규칙과 질서를 고민해야한다. 디지털 경제 내에서 소상공인들이 불균형한 정보와 협상력으로 인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오프사이드 룰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변화된 환경이 소상공인의 영향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이 미디어 환경이다. 뉴미디어로 통칭되는 소셜미디어는 일대다(一對多) 방식의 방송(broadcating)을 일대소(一對少) 방식의 협송(narrowcating)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와 만나 다대다(多對多) 방식의 점송(pointcasting)화 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전환으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이 미디어 환경이다. 뉴미디어로 통칭되는 소셜미디어는 일대다(一對多) 방식의 방송(broadcating)을 일대소(一對少) 방식의 협송(narrowcating)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와 만나 다대다(多對多) 방식의 점송(pointcasting)화 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 권력 시대

디지털 전환으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이 미디어 환경이다. 뉴미디어로 통칭되는 소셜미디어는 일대다(一對多) 방식의 방송(broadcating)을 일대소(一對少) 방식의 협송(narrowcating)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와 만나 다대다(多對多) 방식의 점송(pointcasting)화 됐다. 그 연결의 변화는 광고 마케팅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꿔놨고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과거 거점 미디어의 해체는 그 자체로 소상공인들에겐 위기이자 기회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가 일방향으로 흘렀다. 레거시 미디어와 소비자가 소통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소비자는 늘 고객님이었다. 그러나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시대에서는 역학 관계가 달라졌다. 소비자가 구독이라는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각자가 미디어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변했다. 개인화된 미디어 시대에 소비자들은 보다 주도적 위치에 올라섰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워두고 필요에 따라 생산에까지 관여한다. 생산, 유통, 소비가 분절화된 경제산업의 규칙으로 디지털 경제를 보면 안 된다.

과거 음악은 귀족들만이 누렸던 호사스런 특권이었다. 오늘날처럼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대중음악이 된 것은 라디오가 발명되고 나서부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술은 음악처럼 특별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권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 간, 사람과 사물 간 연결의 혁명적 진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상호 연결성의 진화는 정보의 불균형 해소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인도의 초등학생이 인터넷의 정보만 가지고 레고를 이용해 점자타자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대중기술이 가져온 변화다. 기술자와 기술 소비자 간 정보의 불균형 격차가 없는 대중기술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에게 묻는다. 소비자가 제안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수익을 소비자와 나눈다. 크리슈머(cresumer·창조적 소비자), 모디슈머(modisumer·자신의 뜻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프로슈머(prosumer·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 등 소비자 주도 생산이 보편화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교수는 이런 현상을 팬슈머(fansumer)라는 신조어로 이야기한다.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단순 소비를 넘어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 내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디지털 경제는 소비자 참여가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경제다. 이들은 전통적 생산, 유통, 소비의 개념을 바꾸어 놓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성을 넓히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짜파구리’도 결국은 팬슈머라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키워낸 상품이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에서 팬은 무조건적 지지만하는 존재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비판·간섭·견제도 행하는 능동적 존재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BTS(방탄소년단)가 일본의 한 우익 제작자와 협업 계획을 발표했을 때 아미(ARMY·BTS 공식 팬클럽)들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우익 논란이 있는 제작자와의 협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BTS는 이를 수용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 경제는 과정의 경제이자 참여의 경제다. 팬슈머들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소비자가 아니라 프로듀서에 가까운 셈이다. 그래서 온전히 상품을 내가 만들고 키웠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길 원한다.

‘힘의 역전’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상공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음력’이다. 마침표보다는 물음표를 가까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모이고 지혜가 모인다. / 픽사베이
‘힘의 역전’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상공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음력’이다. 마침표보다는 물음표를 가까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모이고 지혜가 모인다. / 픽사베이

 

‘힘의 역전’ 시대 물음력을 키워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정치·경제·사회의 판을 바꾸기 위한 국면이 본격화됐다. 여기에서 적용되는 새로운 규칙은 ‘힘의 역전’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돼온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 속도를 높여줬다. 전통산업에서 정보독점을 기반으로 우위에 있던 생산자의 힘이 소비자와 플랫폼으로 이동되고 있다. 이런 ‘힘의 역전’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상공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음력’이다. 마침표보다는 물음표를 가까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모이고 지혜가 모인다.
 

네 가지 사귐

여러분은 새로운 시대와 어떤 사귐을 하고 있나요?

사마천이 쓴 《사기》<계명우기>편에는 네 가지 사귐의 유형이 나온다.

첫째는 의리를 지키며 서로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친구 ‘외우’(畏友),
둘째는 친밀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친구 ‘밀우’(密友),
세째는 즐거운 일을 나누면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 ‘일우’(昵友),
넷째는 평소 이익만 좇다가 나쁜 일이 생기면 책임을 떠넘기는 친구 ‘적우’(賊友)다.

- 이기주 《말의 품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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