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 1년간 낙농가와 유업계간 첨예한 대립으로 난항을 겪었던 낙농제도 개편이 지난 9월 합의점을 찾으면서 마침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이후 한 달이 조금 지난 11월 3일 낙농진흥회에서는 낙농제도개편의 세부 실행방안과 원유가격 조정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낙농가와 유업계 사이 갈등의 주요 쟁점이었던 원유가격 결정방식은 내년부터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내년부터는 음용유의 경우 생산비 상승폭과 우유 수급상황을 모두 고려해 가격이 결정된다. 가공유 가격은 낙농가의 경영비 상승분과 국제경쟁가격을 고려해 시장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낙농제도 개편이 이뤄지게 된 배경에는 국내 우유 수요량이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량은 2020년 31.8kg으로 2001년(36.5kg) 대비 4.7kg이 하락했다. 반대로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의 소비량은 같은 기간 대비 20kg 증가해 2020년 83.9kg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은 수요량이 줄고 있는 음용유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가공유는 국제가격(리터당 400~500원)에 비해 비싸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유제품 수입은 지난 20년간 급증해 2020년 243만톤에 이르렀다. 국내 낙농산업은 자급률이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떨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위축해왔다.

흰우유는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이 주된 소비층으로 성인이 되고 나서는 굳이 찾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러나 저출생으로 인해 주요 소비층 또한 감소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우유 소비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소비자들의 수요가 대체우유로 향하고 있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친환경적이고 아몬드나 곡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칼로리도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업계에서도 해외서 생산되는 대체우유를 직접 들여오거나 기술을 받아 국내서 생산해내고 있다. 국내 대체우유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15년 3억9,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국내 대체우유 시장은 2026년 6억9,0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해왔던 낙농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음용유 190만톤과 가공유 20만톤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음용유는 늘리고 가공유는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낙농가와 유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보완책도 시행하고 있다. 유업체가 국내 가공유를 구매할 때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낙농가에는 산차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보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제품 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국제 원유가격의 2배 수준인 국내 원유기본가격으로는 국내 낙농산업이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크다.

낙농가는 낙농가대로 생산비와 경영비 증가로 인한 불만을 호소하고 유업계는 유업계대로 팔리지 않는 흰우유에 원성이 크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대체우유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흰우유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감소는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우유가격인상을 인상했다 하더라도 실제 시장에 판매될 때는 ‘원 플러스 원’인 경우가 많고 남은 우유는 탈지분유로 쓰여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낙농제도 개편안이 2026년이 되기 전까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국내 우유 소비구조가 크게 변화함에 따라 산업구조에도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보다 내년에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고 물가도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롭게 시행되는 낙농제도가 안착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각자의 손익만 두고 갈등하다가 결국 원유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건 옳지 않다.

국내 낙농산업을 안정화하고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앞으로 식품산업의 중요도는 점점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유제품 시장이 완전 개방되기 전에 국내 낙농산업 안정성을 탄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정부와 낙농가‧유업계의 과감한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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