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예산안 논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용혜인 의원실 제공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예산안 논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용혜인 의원실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협의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밀실 합의를 규탄하고 나섰다. 정식 예산안 합의 과정이 아닌 지도부간의 비공개 논의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예산안 처리가 더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023년 예산안 논의는 치졸한 밀실 밀당의 모습”이라며 “지리했던 예산안 밀당 거래가 드디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민생을 볼모로 당리당략만 챙긴다’는 판에 박힌 비판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예산안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두 거대정당 지도부의 밀실에서의 밀당 거래로 이뤄지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예산부수 세법 개정안 논의는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에서 위원들이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인상 비평을 하는 수준의 심사를 거쳤을 뿐”이라며 “그 이후에는 국회의 공식 논의기구도 아닌 양당 지도부들 사이의 대강의 합의안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올 뿐이다. 양당 지도부 논의에 들어가지 않는 두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조차도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물었다.

이어 “예산 부수 세법 개정안 정부안은 향후 5년간 73조원의 감세가 일어난다. 그리고 감세의 대부분 혜택은 부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누구도 회의록 같은 국회의 공식 문서를 통해 소득세법, 종합부동산세법,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의 합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놓고 대폭 감액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정부안을 고수하는 국민의힘 사이에 대립이 있다는 소식만 들려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당 지도부의 밀실에서의 밀당 예산 논의에 정작 국민들에게 특히 경제적 약자들의 2023년 살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회복지 예산안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용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이 두 거대정당 지도부의 밀실 논의로 전락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가 독점한 예산 권한의 분산, 예산에 법률의 지위를 부여하는 예산 법률주의의 도입 같은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국회의원들조차 제대로 알 길이 없는 ‘그들만의’ 예산안 밀당 논의를 해당 상임위의 공개 논의로 전환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차 그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권한과 역할을 깡그리 무시하는 ‘예산 논의 관행’과 이를 허용하는 국회법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예산 논의, 양당 지도부의 밀실 밀당이 아니라 최소한 국회의 정식 논의기구의 논의로 투명하게 진행하자. 저는 예산 논의의 투명성만 확보되어도 2023년 예산안 처리가 이미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랬다면 지금껏 수 주째 벌어지고 있는 치졸한 밀당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여야의 갈등으로 법정기한인 12월 2일을 넘기면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속적인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9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합의 시한인 15일, 19일 모두 합의 불발로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김 의장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시한인 23일 본회의를 앞두고 공개회동도 없이 대치하고 있지만,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의 주재로 만난 양당 지도부의 대화 내용은 회동 후 브리핑으로 공유되고 있지만, 용 의원의 지적대로 회의록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예산안을 다루는 국회 예결산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 회의록도 11월 29일자를 끝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국토교통위에서 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9,409원을 증액했고,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케어인 의료보장성 강화 진료비 예산액 3,22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예결산위원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도 모두 공개되지 않는다. 용 의원의 지적대로라면 양당 지도부의 대강의 협의 내용 외에는 의원들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오는 23일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넘길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비공개 협의’ ‘물밑접촉’으로만 협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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