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각 지자체에서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한 공영장례가 치러지고 있지만 고인에 대한 부고 게시도 하지 않는 등 미흡한 부분이 있어 애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공영장례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시조차 공영장례 조례에 개선할 점들이 발견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2018년에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했다. 최근 만난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 서울시의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옥 이사는 다른 지자체들이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할 때 서울시 조례를 참고하게 될 것이라면서 보완할 사항들을 전했다. 박진옥 이사가 제안한 것은 △상담센터 설치·운영 △담당 공무원 교육 의무 △부고 게시 의무 등이다.

민간단체 나눔과나눔은 서울시와 2019년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조례에 상담센터 관련 규정이 없어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담센터는 나눔과나눔 자체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눔과나눔은 장사 업무를 하는 담당 공무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무연고 사망자의 유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연락해 공영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지자체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부산시 공영장례 조례에는 상담센터 내용이 포함됐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29일 ‘부산광역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7월 처음으로 무연고자 공영장례를 진행했다. 이 조례 제12조(상담)에는 ‘시장은 공영장례 서비스의 원활한 지원을 위해 상담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아직 부산에는 공영장례 상담센터가 없다. 서울시는 나눔과나눔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조례에 조문이 없다. 박진옥 이사는 “조례에 상담센터 설치·운영을 구체적으로 넣지 않더라도 부산 정도만이라도 명시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진옥 이사는 서울시 상담센터가 제도화된다면 나눔과나눔 업무에 여유가 생겨 다른 지자체로 공영장례 지원 업무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업무를 숙지하지 못한 공무원이 잘못된 안내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법률상 장례를 치를 자격이 없는 사람을 위한 제도가 있지만, 이를 안내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주기적으로 담당자가 바뀐다는 점이다. 공무원 조직 특성에 맞춰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사법’ 제2조는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손자·손녀) △부모 외의 직계존속(조부모) △형제·자매 등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친척이나 지인 등은 법률상 장례를 진행할 자격이 없어 고인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곤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2월 ‘장사업무 안내’ 지침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주관자 지정 제도’를 마련했다. 덕분에 친척이나 지인 등은 심사를 거쳐 사망자의 연고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법률이 아니라 지침이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부산시는 ‘부산 공영장례 조례’ 11조(교육)를 통해 ‘시장은 담당 공무원과 수탁기관, 협력기관 단체 종사자에 대해 공영장례 지원 사무처리 및 직무능력 향상에 필요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서울 공영장례 조례에 없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현행 ‘장사법’은 무연고 사망자의 부고를 게시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 무연고 사망자 정보는 장례 후 유골이 봉안됐다는 사실 정도만 장사정보시스템 등에 공지된다. 이런 이유로 시신 처리를 위임한 유가족이나 고인과 알고 지낸 지인들이 장례일정을 모르는 일이 발생해왔다. 나눔과나눔은 먼저 서울시 조례에 장례 일정을 알리는 내용을 명시하고 다른 지자체 조례로 확산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부고는 나눔과나눔이 사망자의 지인이나 가족의 연락처를 직접 알아내 전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유가족이나 지인에게 연락하는 것은 불가하다. 정부 차원에서 장사정보시스템에 장례 일정을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국내 무연고 사망자 중 연고자들이 시신 위임을 한 경우가 70%에 달한다. 연고자들이 장례를 치를 돈이 없거나 관계가 단절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 원인이다. 이렇게 무연고 사망자는 죽음 후에 가족의 손을 떠나 사회에 맡겨지게 된다.

현재 공영장례 조례가 없는 지자체에서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장례절차 없이 시신을 처리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 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들 무연고 사망자 역시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들에 제도가 확산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보다 모범적인 공영장례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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