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유로4 엔진 탑재한 4등급 차량… 최초 등급분류 과정서 오류
처음 아닌 배출가스등급 정정… 07년식 그랜드카니발, 4등급 → 5등급
서울시, 4등급 차량 2025년부터 시범 단속 검토… 환경부는 조기 폐차 지원

한국환경공단은 최근 배출가스등급 3등급이던 2010년에 생산된 기아 쏘렌토R에 대해 등급을 4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해당 차량을 소유 중이던 차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미세먼지 특별단속반이 운행차 배출가스 집중 단속을 진행한 현장 모습. / 뉴시스
한국환경공단은 최근 배출가스등급 3등급이던 2010년에 생산된 기아 쏘렌토R에 대해 등급을 4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해당 차량을 소유 중이던 차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미세먼지 특별단속반이 운행차 배출가스 집중 단속을 진행한 현장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 배출가스등급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1∼5등급으로 매겨진다. 등급 산정 기준은 차량 출고 당시 제작자동차 인증에 적용한 배출허용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만큼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변동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환경공단이 최근 일부 차종의 배출가스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해당 차량을 소유한 차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등급 조정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차량 배출가스등급 정정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는데, 반복되는 행정 실수에 대한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 한국환경공단, 2010년식 쏘렌토R 디젤 배출가스등급 하향 조정

제보자 A씨는 최근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환경부 고시 제2020-50호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 별표 1에 따른 귀하의 차량에 대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이 당초 3등급에서 4등급으로 정정됐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제보자 A씨는 지난달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자신의 차량 2010년식 쏘렌토R 모델의 배출가스등급이 기존 3등급에서 4등급으로 정정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 제보자 제공
제보자 A씨는 지난달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자신의 차량 2010년식 쏘렌토R 모델의 배출가스등급이 기존 3등급에서 4등급으로 정정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 제보자 제공

제보자 차량은 2010년 7월 출고된 기아 쏘렌토R 디젤 모델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지난해까지 배출가스등급이 3등급으로 표기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말쯤 돌연 4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

한국환경공단 측은 해당 차량의 배출가스등급 정정 사유에 대해 ‘배출가스 표지판(제작차)의 탄화수소 및 질소산화물의 수치, 입자상 물질 수치가 4등급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현행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경유 차량의 배출가스등급 산정 결과는 동일차종 내 모든 자동차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한다. 동일차종이란 차량 배출가스인증번호가 동일한 모델을 의미한다.

결국 제보자 차량뿐만 아니라 2010년 7월 전후로 생산된 기아 쏘렌토R 차량은 전부 배출가스등급이 기존 3등급에서 4등급으로 하향 조정된다는 얘기다.

승용 디젤 차량 중 배출가스등급 3등급에 해당되는 차량은 배출허용기준이 2009년 9월 이후 기준인 ‘유로5’에 해당되는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배출량의 합이 0.353g/㎞ 이하이면서 입자상물질 배출량이 0.005g/㎞ 이하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기아에서는 2010년 12월 1일 이후 생산된 쏘렌토R 디젤 모델부터 유로5 기준을 충족한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즉 제보자 차량을 비롯해 2010년 11월까지 생산된 쏘렌토R 디젤 모델에는 ‘유로5’ 엔진이 아닌 2006년 기준을 적용한 ‘유로4’에 해당되는 엔진이 탑재돼 등급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환경공단 측의 차량 배출가스등급 정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이번에 배출가스등급이 정정된 모델은 쏘렌토R 1종이지만, 예전에도 동일하게 등급이 하향 조정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시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단속을 시작한 이후 기아 그랜드 카니발에 대한 배출가스 등급이 바뀌었다. 그랜드 카니발은 등급분류 당시 4등급이었으나, 2021년 11월께 5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랜드 카니발은 2007년 생산된 디젤 모델 중 유로4 기준을 충족한 엔진을 탑재한 경우 배출가스 4등급 모델이 맞지만, 2006년 강화된 유로4를 충족하지 못한 유로3 엔진이 탑재된 일부 모델의 경우 배출가스 5등급에 해당됐다.

기아는 2010년 7월 ‘2011년형 쏘렌토R’을 출시했다. 2011년형 쏘렌토R에 사용된 디젤 엔진은 여전히 유로4 기준으로 생산돼 최근 한국환경공단이 배출가스 등급을 4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모델이다. / 기아
기아는 2010년 7월 ‘2011년형 쏘렌토R’을 출시했다. 2011년형 쏘렌토R에 사용된 디젤 엔진은 여전히 유로4 기준으로 생산돼 최근 한국환경공단이 배출가스 등급을 4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모델이다. / 기아

이러한 행정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배출가스등급을 전산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일부 차종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거나, 전산화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2009년 9월부터 제작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유로5로 강화했지만 기존 유로4 모델을 생산하던 완성차 업체들의 즉시 전환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2006년 기준인 유로4 차량을 2년간 더 생산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했다”며 “2009년 9월 이후 약 2년 동안은 배출가스등급 3등급과 4등급 디젤 모델이 함께 생산되던 혼재 기간이었는데, 해당 시기 차량의 등급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동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차량의 경우 배출가스 관련 정보가 구체적으로 전산화가 되지 않거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아 차량 생산 연식으로 분류하거나 배출가스인증 번호의 앞 연도를 수작업으로 수정해 등록했다”며 “이러한 어려움이 많아 등급 분류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했던 것 같은데, 최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등급 분류를 바로잡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환경공단이 배출가스등급을 매길 때 각 차량 엔진 제원 등을 면밀히 확인하지 못해 갑자기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환경공단의 행정 실수로 인해 차량 배기가스 등급이 하향 조치된 쏘렌토R 차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오는 2025년부터 서울 사대문 내 녹색교통지역에 대해서는 ‘4등급 차량 운행제한’ 단속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해서다. 사실상 배출가스등급이 4등급으로 조정된 차량은 2025년부터 서울시에서 운행이 일부 제한돼 향후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보자 A씨는 “2025년부터 서울시에서 배출가스 4등급 차량에 대해서도 사대문 내 운행을 통제한다는 기사를 접하곤 했지만 내 차량은 당연히 3등급 차량으로 알고 있어서 남의 일인줄 알았다”며 “그런데 최근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이 차량(2010년 7월식 쏘렌토R)은 이제부터 4등급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통보받았다. 이 때문에 2년 후에는 서울 사대문 내 운행이 불가한 상황에 놓였는데, 아무런 대책도 마련된 게 없다. 한국환경공단은 통보만 하고 피해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안일한 행정처리에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8월 17일 조기폐차 지원 대상 차량을 배출가스 4등급 경유자동차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7월 31일을 기준으로 국내 등록된 4등급 경유차 116만대 중 매연저감장치(DPF)가 장착되지 않아 입자상물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84만대를 대상으로 2023∼2026년 기간 동안 조기폐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4등급 경유차의 조기 폐차가 이뤄지면 2차 생성을 포함한 초미세먼지 배출량 연간 약 3,400톤, 온실가스 배출량 연간 약 470만톤이 감축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8년 자동차 배출 초미세먼지의 약 8.4%, 온실가스의 약 4.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 등급 산정 기준
2023.01.03 기준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 제4조 및 별표 1
2023.01.03 법제처 (환경부 규정)
환경부 ‘4등급 경유차에 조기폐차 지원’ 발표
2022.08.16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17 (제작차배출허용기준 제62조 관련)
2023.01.03 법제처 (환경부)
제보 및 한국환경공단 서면 질의에 대한 답신
2023.01.03 한국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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