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2023년부터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다고 답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초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이는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보낸 경고장으로 해석됐다. 연준은 확실한 인플레이션 완화 증거가 포착되기 전까지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연준 고위급 인사들도 연초부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러한 긴축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어쩐지 경고장의 약발이 시장에 먹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긴축의 끝이 보이고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주요 뉴욕증시는 연준 관계자들의 잇단 매파적 발언에도 최근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선 연말께가 되면 연준이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일까. 우선은 주요 경제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지난해 9월 8.2%, 10월 7.7%, 11월 7.1%로 둔화한 데 이어 12월엔 6.5%까지 내려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폭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낮은 신뢰 역시 원인으로 거론된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선 경기 둔화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연준의 전망과 정책에 대해 불신이 쌓인 결과로 보인다. 이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인된다면 언제든지 연준이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후 정책금리를 대폭 낮추는 양적완화 정책을 십년간 시행했다. 이번에도 경기침체가 가시화된다면 결국엔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게 낙관론을 펼치는 시장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연준이 올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춘 뒤 연말께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되면서 증시가 들썩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연말께면 금리가 인하될 수 있을까. 주식시장에선 이를 둘러싼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물론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줄어들거나 멈출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25~4.5%다. 연준은 올해까지 기준금리를 5% 초반까지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진 않겠지만 몇 차례 금리 인상은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다만 금리가 인하되는 것과 그 시점은 다른 문제다. 미국 연준은 물가 상승률을 2%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확고히 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해당 수준까지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물가 상승 요인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지표는 분명 작년의 높은 상승률보다 둔화된 흐름을 보였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주거비 상승률은 전월 대비 0.8% 상승으로 11월(0.6%)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통화정책 완화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해 자산시장에 또 다시 광풍이 분다면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연준도 이러한 부분을 경계해왔다. 지난해 12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연준 위원들은 “역사적 경험들은 조기에 통화 완화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여건이 부당하게 완화되면 물가안정을 회복하려는 위원회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준은 물가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동시에, 시장의 불신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예측과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 경기둔화와 물가안정 사이에서 확고한 입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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