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 결정이다. 하지만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권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연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 결정이다. 하지만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권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연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은행은 13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 결정이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권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연일 뒷걸음질치고 있다. 

◇ 기준금리 인상 잇단 무색… 예금금리 뚝

16일 은행연합회 예금상품금리비교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년 만기 최고우대금리 기준 3.0%~4.40% 수준으로 형성됐다. 이들 주요 시중은행 5곳을 제외한 나머지 14곳 회원 은행사의 예금 상품의 금리는 2.75%~5.00%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금리 5%를 제공하는 상품은 BNK부산은행의 ‘더(the)특판정기예금’ 하나뿐이다. 케이뱅크는 최근까지 5%대 금리를 제공했지만 12일부터 금리를 0.3%p(퍼센트포인트) 인하했다. 

주요 은행사의 예금상품 금리는 지난해 11월 초까지 해도 연 5%대 넘어섰던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대출금리와 함께 수신금리도 뛰었다.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름에 따라 예대금리차 축소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한동안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한 것도 수신금리 인상을 촉발시켰다. 은행들이 예·적금 등 수신 상품이나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발행이 막히자 자금조달을 위해 모두 경쟁적으로 수신고객 확보에 나섰다. 

그런데 이러한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행렬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돌연 멈췄다. 우선은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수신금리 과당경쟁 자제 메시지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9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에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달 “예금금리의 급격한 움직임은 다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며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 우려를 감안해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지난해 12월부터 은행채 발행이 재개된 것도 수신금리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만큼 수신금리 인상 요인이 낮아진 것이다. 

그런데 예금 금리 인하로 조달비용이 낮아졌음에도 대출금리 하락세를 체감할 수 없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졌다. 연초 대출금리 상단은 8%까지 웃돌아 우려를 낳았던 바 있다. 최근에는 이보다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특히 수신금리가 3~4%대로 낮아진 상황이라 비판 여론은 불이 붙었다. 

◇ 예대금리차 확대 논란에 은행연합회 “반영에 시차 있어” 해명 

이러한 지적이 커지자 은행연합회 측은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1일 은행연합회 측은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은행의 예금금리는 하락하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예금금리에 대해선 “국내 자금조달시장 상황이 다소간 안정되면서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며 “이에 따라 11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예금금리 또한 시장금리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대출금리에 대해선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대부분 COFIX(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사용하는데, 지난달 중 취급된 예금금리 등을 집계해 익월 15일에 발표하는 만큼 예금금리의 하락이 은행 대출 기준금리(COFIX)에 즉각 반영되는 데 시차가 발생한다”며 “12월초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올해 1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인 코픽스에 반영돼 주택담보대출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코픽스는 소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가 16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1월(4.34%) 대비 0.05%p 내린 4.29%로 집계됐다. 코픽스가 낮아진 만큼 대출 금리는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예금금리가 상향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큰 폭의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신금리 인상 요인이 크지 않는데다 당국의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인 만큼 금리조정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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