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30일 오전 2023년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30일 오전 2023년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체계 붕괴와 필수 의약품 부족사태 등 대혼란을 목도하며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한 국가가 백신과 필수의약품 등을 자력으로 개발·생산·공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할 때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30일 오전 서울 방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 없다’는 주제로 열린 2023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원 회장은 오는 3월 협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는 우리나라가 제약 주권을 마련해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 2022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반도체 3배 규모… 정부 지원은 미흡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총 1,630조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740조원)의 3배에 달하는데,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6% 성장해 오는 2028년까지 2,307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주요 국가인 미·중·일 정부의 제약바이오 육성 및 보건안보 전략을 살펴보면 제약주권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히 개발하기 위해 14조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또한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필수의약품 생산역량 강화,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등 자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2조7,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은 ‘건강중국 2030’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산업 1,800조원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전략 2030’을 수립하고 지난 2015년에는 범정부 연구개발 컨트롤타워(AMED)를 설치했으며,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을 위해 8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반면 지난해 우리 정부의 보건의료 부문 예산 지원 규모는 총 4조5,000억원이다. 이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편성한 예산 56조원과 비교하면 8% 수준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4조5,000억원 예산 가운데 제약바이오 R&D 부문에는 1조8,000억원이 지원됐으며, 제약바이오 기업 지원은 14.6%인 약 2,630억원에 불과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 현 주소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 현 주소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 K-제약바이오 현주소, 완제의약품·원료 자급률 저조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난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개발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한국을 세계 유일의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지난해 2종의 자체개발 신약을 탄생시켜 지금까지 누적 36개의 신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의약품은 누적 27개,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의약품 누적 22개 등에 달한다.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도 2018년 573개에서 지난해 1,883개(임상단계 426개)로 크게 확대했다. 의약품 수출도 10조7,300억원 규모로 2021년 대비 24% 성장하고, 기술 수출은 6조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제약주권의 핵심 지표인 의약품 ‘자급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완제의약품 자급률의 경우 지난 2011년 80.3%에 달했으나 지난 2021년 기준 60.1%로 20.2%p(퍼센트포인트) 줄어들었고,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1년 기준 24.4%로 집계됐다. 백신 자급률은 2021년 기준 필수예방백신 28종 가운데 14종을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생산해 50.0%의 자급률을 기록 중이다.

원 회장은 “원료의약품과 백신 등의 낮은 자급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블록버스터와 글로벌 빅파마의 탄생 등 제약강국이 되겠노라 말하는 것은 모래위의 성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제약주권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적 제약바이오그룹들과 당당하게 경쟁해 국부를 창출하는 출발점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와 세제 지원 확대, 해외 전량 의존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 활용 시 약가 차등제에서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현실을 극복하고, 우리 기업이 만든 혁신 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에서 K-브랜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 또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에 부여된 책무”라면서 “제약주권 확립은 우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필코 달성해야 할 제약강국 도약의 초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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