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노조추천사외이사제’ 도입을 다시 추진할 전망이다. / KB금융그룹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노조추천사외이사제’ 도입을 다시 추진할 전망이다. / KB금융그룹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노조추천사외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한다. 이번 도전은 6번째 시도다. 특히 노조는 이번엔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정관 개정도 주주제안을 통해 추진한다고 밝혀 시선을 끌고 있다. 

◇ 노조추천제 도입, 또 이슈로 부상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금융 노조)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KB금융 노조는 “임경종 후보는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충분한 실무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해외사업부문 정상화를 위해 KB 부코핀은행에 대한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적의 후보자”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임경종 전 대표에 대해 “1987년 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후 33년간 해외 사업과 리스크 관리 분야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라고 소개했다. 또 2016년부터 2019년 말까지 4년 동안 인도네시아 법인 수은인니금융 대표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KB금융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부진을 사례로 거론하며 이사회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KB금융은 2018년부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2조원 가깝게 투자한 상황이다. KB금융은 2018년 이후 2021년까지 2,146억원의 손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손실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노조는 해외사업 정상화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며 임 전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 측은 이러한 노조의 해외투자 실패 주장에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금융 측은 “KB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서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KB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는 것은 이번에 여섯 번째다. 노조는 지난 2017년 금융권 최초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추천에 나선 후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엔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후보로 내세우는 주주제안을 했지만 해당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노조는 김 후보의 리스크 관리 및 해외 사업 전문가라는 강점을 내세워 주주들 설득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KB금융그룹 노조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ISS는 그간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권고해온 바 있다. 

올해도 KB금융 노조는 수출입은행 출신 해외 사업 및 리스크 관리 전문가를 후보로 내세웠다. 관건은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은 물론, ISS 등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될 전망이다.  

한편 노조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후보 추천과 함께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정관 개정 요구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공직자 윤리법’을 준용해 최근 5년 이내에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하자는 제안이다.

류제강 KB노조 의장은 “두 가지 요청을 담은 주주제안에 나서는 이유는 순수하게 2만여 임직원의 대표로서 KB 금융의 해외사업 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주와 금융소비자를 위해 복무하는 올바른 금융회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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