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 키다리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따뜻하고 귀여운, 힐링 무비일 것이란 기대는 완전히 착각이었다. 좋은 집사를 찾아주기 위한 여정이라며 참 정성스럽게도 포장하지만, 결국엔 ‘파양 미화’다. 실망을 너머 분노까지 유발하는 억지포장극 ‘멍뭉이’(감독 김주환)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멍뭉이’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 분)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분),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청년경찰’ ‘사자’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게 된 두 형제가 하나에서 여덟이 돼버린 강아지들과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반려견의 의미, 유기견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다. 재미도 의미도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고, 파양에 대한 합리화로 불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아쉬운 결과물  ‘멍뭉이’. / 키다리스튜디오
아쉬운 결과물 ‘멍뭉이’. / 키다리스튜디오

가장 큰 문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 민수의 선택들이다. 민수는 가장 힘든 순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반려견 루니와 11년을 함께 보냈다. 루니와의 시간을 위해 정시 퇴근을 고수하고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놓이자 너무나 쉽게 루니를 포기하고 만다. 함께 할 방법을 찾을 고민조차 하지 않고 좋은 집사 찾기에 열을 올린다. 민수의 ‘피치 못할’ 사정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다 보니 루니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나서는 민수와 진국의 여정이 결코 곱게 보이지 않는다. 정말 루니를 위함인지,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덜기 위함인지 모르겠다. 집사 면접을 통해 만난 이들이 반려인으로서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하고 재단하는 민수의 모습이 기가 차는 이유다. 루니를 포기하는 게 누군데.

민수와 진국은 최종 목적지인 제주도에서 수많은 유기견들에게 터전을 제공하고 있는 아민(김유정 분)에게 루니를 부탁한다. 작은 아버지가 부탁한 레이도 6개월만 맡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새끼 강아지들도. 보호자에게 학대받은 공주도 그리고 센터에서 구한 토르도.

‘멍뭉이’로 호흡을 맞춘 차태현(위 왼쪽)과 유연석. / 키다리스튜디오
‘멍뭉이’로 호흡을 맞춘 차태현(위 왼쪽)과 유연석. / 키다리스튜디오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데려온 여덟 마리의 강아지를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강아지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아민의 말에 민수와 진국은 실망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아민은 그런 민수에게 ‘새로운 가족이 왔다고 지금의 가족을 보내는 게 진짜 가족이냐’고 말한다. 막힌 속이 잠깐이마나 뚫린다. 드디어 민수가 뭔가 깨달은 것 같다. 피치 못할 사정을 미뤄 보겠다고 한다. ‘루니가 앞으로 살날은 3년 정도니까.’ 아, 아니었다.

영화를 보며 눈물이 고이는 건 루니의 빈자리를 보며 울고 있는 민수 때문이 아니다. 자신을 너무 쉽게 떠나보낸 민수를 그저 하염없이 그리워하고 그의 등장에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는 루니 때문이다. 감독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배우들은 대체 무슨 메시지에 공감했다는 걸까. 관객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러닝타임 112분, 오는 3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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