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이 지난해 코로나 진단키드 관련 매출이 감소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 시사위크
국내 대표적인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이 지난해 코로나 진단키드 관련 매출이 감소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코로나19 유행으로 수혜를 누렸던 진단키트 기업들이 시름에 잠겼다. 코로나19 유행이 수그러들고 엔데믹 전환이 이뤄지면서 진단키트 관련 매출이 크게 감소한 까닭이다. 국내 대표적인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수혜 효과가 사라지면서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엔데믹 전환에 고개 숙인 진단키트주 

22일 코스닥 시장에서 씨젠은 전 거래일 대비 0.19% 하락한 2만6,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씨젠은 코로나19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2020년 한때 주가가 16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그해 말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특히 작년에 접어들면서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코로나19 수혜로 급등했던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534억원, 영업이익은 1,95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7% 줄고 영업이익은 70.6%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66.5% 감소한 1,780억원에 그쳤다. 씨젠 측은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 매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씨젠은 체외 진단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매출로 2020년부터 2년간 매출이 급성장했던 곳이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매출이 1,22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엔 전년보다 10배 가량 불어난 1조1,2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224억원에서 2020년 6,761억원으로 확대됐다. 2021년엔 매출 1조3,708억원, 영업이익 6,667억원을 기록하며 비슷한 수준의 영업규모를 유지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유행이 수그러들고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이 이뤄지면서 실적이 크게 꺾였다. 특히 정부가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확대한 것도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씨젠은 PCR 기반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특히 작년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했다. 씨젠의 4분기 매출은 1,226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92.3% 감소한 1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증권가에선 씨젠의 목표주가를 조정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씨젠 측은 “4분기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더욱 완화하면서 전년 대비 코로나19 진단시약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시행령이 발효된 이탈리아의 자금회수법(payback law) 관련 총 117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자금회수법은 이탈리아 정부에서 2015년 이후 의료 예산을 초과한 지출에 대해 기업으로부터 일부 회수하는 법이다. 자금회수법 관련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272억원, 영업이익률은 20%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 성장동력 발굴·판관비 개선 과제

올해도 코로나 진단키트 매출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리포트를 통해 “팬데믹 수혜로 4,500억원까지 치솟았던 씨젠의 분기 매출은 2분기부터 1,000억원대로 급감했다”며 “특히 작년 4분기 코로나 키트 매출은 473억원으로 2020년 1분기(264억원)에 이어 팬더믹 기간 내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도 코로나 키트 매출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1월 수출데이터에서도 코로나 진단 키트가 전년대비 9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키트 매출감소와 더불어 추출시약 매출도 동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호흡기, 여성건강, 소화기 등 다른 진단 제품들의 매출이 상승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해당 키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판매관리비 증가는 숙제로 지목됐다. 김 연구원은 “높아진 원가율과 판관비는 문제”라며 “팬데믹 기간동안 20%대로 낮아졌던 원가율은 다시 팬데믹 이전 레벨인 30%대로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해진 판관비도 대폭 절감해야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씨젠은 올해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 국면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씨젠은 올해 다수 특허 기술을 적용한 60여종의 신드로믹 분자진단 제품과 완전 자동화 분자진단 시스템 ‘AIOSTM’을 기반으로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 공략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연 코로나19 수혜로 반짝 성장한 기업이 아닌, 새로운 경쟁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씨젠 2022년 경영 실적
2023. 02. 1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씨젠 분석리포트 
2023. 02. 20 미래에셋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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