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내용을 브리핑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내용을 브리핑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부가 조합비 회계장부 제출을 거부한 노동조합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및 세액공제 혜택 배제 등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노조 회계 장부 제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노조법 제26조와 제27조, 그리고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회계 장부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노조 회계 투명성’ 지속적 추진 의지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제8차 국무회의를 마무리하며 ‘노동개혁의 3대 핵심과제’와 ‘노조 회계 투명성’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조금 하다 마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내 끝까지 해야 한다”며 임기 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회계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조에 대한 세제 지원 요건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비 세액공제를 줄이면 근로자의 피해가 우려되며, 이로 인해 노조의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같이 정부는 노조의 회계장부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계장부 제출이 법적 근거가 있는지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일단 정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노조법) 제27조를 근거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법 제27조에는 “노동조합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정부는 노조법 26조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여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열람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조문에서 언급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의 범위를 대법원 판례(2016다264037)에 근거하고 있다. 

아울러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한 범위에 노조법 제14조에 비치할 의무가 있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포함한다고 본 헌법재판소 판례 역시 근거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 회계장부 제출 근거 성립하지 않아

그러나 정부가 근거로 든 노조법 제27조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현재의 사례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입법조사처를 통해 “노조가 행정관청에 제출해야 하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입법조사처는 2017년 대법원이 ‘외부로 반출될 경우 제3자에게 노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노조의 자주적 운영이나 전체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 등사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취지를 참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이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정부가 회계 제출의 근거로 든 판례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판례를 살펴보자. 대법원에선 지난 2017년 2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조 소속 근로자 등 2명이 “조합의 경리장부와 직무수당 등 재정관련 서류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해 달라”며 노조지부를 상대로 낸 문서열람 등 허가 청구소송에 대해 서류의 ‘열람’만을 허용하도록 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조합원의 열람권만 인정하고 복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원의 회계자료 열람은 조합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하지만, 복사를 할 경우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노조 재정에 대한 장부가 유출될 수 있으며 이는 노조의 자주적 운영이 저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즉 행정관청이 회계장부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근거로 쓸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법원은 조합원에게도 ‘열람’만 허용했다. ‘복사’를 할 경우 외부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행정관청은 조합원이 아니니, 열람의 권한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게 입법조사처 회신의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정부가 근거로 든 제14조와 제26조 역시 근거의 효력이 없어진다. 그러니 ‘회계장부 제출 요구에 법적 근거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셈이다. 

한편 정부의 요구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ILO 협약 87호를 살펴보면 ‘공공기관은 이 권리(노조활동)를 제한하거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국내법은 이 협약에 규정된 보장사항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목적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의 회계장부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활동을 제한하거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노조법 제27조를 근거로 ILO 협약에 규정된 보장사항을 저해하는 행위로도 간주될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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