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가해 학생이 불복 소송을 제기할 시 현행법상 학교 측은 징계 집행을 할 수 없을지를 놓고도 의문이 일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가해 학생이 불복 소송을 제기할 시 현행법상 학교 측은 징계 집행을 할 수 없을지를 놓고도 의문이 일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둘러싼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정 변호사 측이 과거 아들의 학력폭력 처분(전학)에 불복해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법적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전학 집행이 지연돼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공분을 키웠다. 일각에선 소송을 제기할 시, 학교 측에서 징계 집행을 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렇다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 현행법상 학교 측은 징계 집행을 할 수 없는 것일까. 

◇ 불복 소송으로 전학 처분 미룬다?

우선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부터 살펴보자.

정 변호사의 아들인 정씨는 강원도의 자율형 사립고 재학 시절, 동급생인 A씨에게 2017년 5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심의를 거쳐 2018년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부터 ‘전학’ 처분을 받았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전학은 학교 폭력 가해 유형 8호에 해당되는 중한 조치다. 전학 조치는 가해학생을 피해학생으로부터 격리시키고 피해학생에 대해 더이상의 폭력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시행된다. 당시 규정에 따르면 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를 요청하는 경우 학교장은 교육감에게 해당 학생이 전학할 학교의 배정을 지체 없이 요청해야 한다. 

이 같은 처분에도 전학 조치는 집행되지 않았다. 가해자인 정씨 측이 전학 처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재심이 청구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징계 집행은 중단된다. 

강원도교육청 학생징계조정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다시 심의해 그해 5월 3일 정씨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고 ‘전학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피해자인 A씨가 이에 맞서 재심을 요청함에 따라 또 다시 뒤집혔다.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그해 6월 29일 정씨에 대해 다시 ‘전학조치’를 내렸다. 

이후 정씨 측은 소송전으로 불복 절차를 밟아갔다. 정씨 측은 2018년 7월 징계처분 취소 소송 및 징계효력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그해 9월 춘천지방법원은 정 변호사 아들 측의 소송을 기각했다. 정씨 측은 곧바로 항소했지만 이 역시 2019년 1월 패소했다. 이후 제기된 대법원 판결도 결과는 같았다. 

이러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전학 절차 집행은 지연됐다. 정씨 측은 2심 패소 판결이 나온 2019년 2월께야 다른 학교로 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전학 처분(2018년 3월)을 내린 지 1년여 만이다. 재심 절차 거쳐 전학처분이 다시 확정된 시기(2018년 6월) 기준으론 8개월 만이다. 

법조계에선 정씨와 보호자인 정 변호사 측이 1심과 2심에서 패소했음에도 대법원까지 사건을 끝까지 끌고 건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할 시, 전학처분 집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맹점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렇다면 정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만으로 학교 측의 징계 처분 집행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행법상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론 징계 집행을 멈추게 할 수 없다. 

김영미 숭인 법무법인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론 전학 조치의 집행을 중단시킬 수 없다”며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해 그것이 인용이 됐다면 행정소송 판결 전까지 집행을 정지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곧바로 전학 처분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핵심은 집행정지… 인용 없으면 곧바로 조치 가능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르면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처분의 절차 또는 효력을 정지하기 위해선 집행정지 결정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2018년 배포한 당시 <학교폭력 가이드라인>에도 이러한 내용은 자세히 명시돼 있다. 당시 가이드라인엔 “전학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 전학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전학을 간 후 전학을 취소하는 판결을 받고 원적교로 복귀해야 한다. 다만 전학 전에 집행정지 결정을 받으면 전학 절차가 정지된다”고 명시했다. 

즉, 집행정지 신청 없이 취소소송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집행 처분을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학력폭력 처분에 따른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가해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소송을 동시에 제기한다. 학교폭력 처분 관련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불복절차 관련 학교폭력 집행정지 신청건수 및 인용건수’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8월 31일까지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인해 집행정지를 한 신청 건수는 총 1,405건이었다. 이 중 전체의 57.9%인 813건이 인용됐다.

다만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았더라도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이 된다면 시차를 갖고 지켜보기도 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관련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선 정씨 측이 제기한 소송 뿐 아니라 집행정지 역시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의문을 샀다. 집행정지가 기각됐다면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전학처분이 진행될 수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법조계 및 교육계에선 학교 측에 소송 진행 사항 및 결과와 관련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거나,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한 행정소송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 현장 내 법률적 교육 강화, 소송 진행 시 법률적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은선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는 “학력폭력 사건 관련해 국선 변호사 도입해 법률적인 지원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 최종결론 

1.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만으로 학교 측의 징계 처분 집행은 멈출 수 없다. 

2. 만약 법원에서 ‘징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다면, 행정소송 판결 전까지 처분을 정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집행 처분을 진행할 수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행정소송법
  국가정보법령센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법령센터
학교폭력 개념 및 사안 처리 절차
  생활법령정보
2018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라인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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