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그림 작가가 지난 1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가 이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출판사 측과의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검정고무신 저작권 법적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주)형설앤ㆍ(주)새한프로덕션ㆍ뉴시스
만화 ‘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그림 작가가 지난 1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가 이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출판사 측과의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검정고무신 저작권 법적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주)형설앤ㆍ(주)새한프로덕션ㆍ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고()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과 관련한 법적 분쟁을 벌이던 중 세상을 떠난 가운데,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창작자 권익 보호를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표준계약서에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문체부 표준계약서 개정, “제2 검정고무신 사태 발생 않도록”

만화 ‘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그림 작가는 지난 11일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출판사 측과의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검정고무신 저작권 법적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검정고무신 사례 같은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는 대책으로 ‘만화 분야 표준 계약서’를 개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에 대해 문체부는 “계약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법률 지식으로 계약이 이뤄져 원저작자임에도 자신의 저작물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체부는 표준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내용 구체화 △제3자 계약 시 원저작자 사전동의 의무 규정 등의 저작권 보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오는 6월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고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표준계약서는 불공정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 실태조사에서도 표준계약서를 사용한다고 답한 작가들의 비율이 높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표준계약서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조사대상 846명 중에 606명(71.6%)으로 나타났다. 이들 606명의 작가들 중 11.9%가 ‘표준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41.4%의 작가는 일부 계약 조항만 활용, 46.7%의 작가들은 ‘표준계약서 양식 미사용’으로 응답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표준계약서 사용 자체는 의무는 아니다”라면서 “하나의 기준으로 앞으로 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표준계약서를 개선하기 위해 문체부는 지난해 6월 연구입찰 공고를 내고 연구를 진행했다. 문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연구가 끝나지 않았고 해당 연구결과와 한국만화가협회 등의 단체 의견을 모아 표준계약서 개정을 진행한다.

표준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원저작물 외에 2차적 저작물을 하나의 계약서로 묶어서 계약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2차적 저작물작성권 이용허락계약서, 양도계약서를 신설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 웹툰협회 “저작권법 개정이 실효성 있어”

검정고무신이 만화영화로 극장과 넷플릭스 등에서 선보여질 때마다 고 이우영 작가는 자신도 모르는 새로운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체부는 표준계약서인 ‘매니지먼트 위임 계약서’에 제3자 계약 시 원저작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행 매니지먼트 위임 계약서에도 관련 내용으로 강행 규정이 존재한다. 해당 계약서의 제4조(저작권자와 수임인의 의무) 4항은 ‘수임인은 저작권자에게 이 계약에 따라 행사되는 대상 저작물의 저작재산권 행사 과정을 항사 공유하여야 하며, 제3자와 협상이 진행될 때에는 제3자의 제안 내용 및 협상의 진행 과정을 저작권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5항에는 ‘수임인이 대상 저작물에 대해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반드시 저작권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저작권을 수임한 사람의 의무를 강화하려 한다. 저작권자가 원할 때 관련 내용을 수임자가 보고하게 하는 내용들을 추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웹툰협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표준계약서는 가이드라인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다. 상위법인 ‘저작권법’에 내용을 넣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웹툰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2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만화·웹툰 협단체 실무협의체 회의가 열린다. 고 이우영 작가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향후 대응 전략이 결정된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검토해보고 내용이 부족하면 저작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면서 “고문 변호사나 만화계와 인연이 있는 국회의원들과 논의할 수 있고, 입법조사처에 개정안 의뢰를 해 가안을 받는 등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문화산업 공정유통 및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의 13조 (금지행위) 2항 2호에는 ‘지식재산권의 양도를 강제하거나 무상으로 양수하는 행위 또는 통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지식재산권의 사용으로 인한 수익을 분배하는 행위‘가 명시됐다. 문체부는 해당 법안이 올해 상반기 통과되도록 국회와 협력할 계획이다.

한편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검정고무신은 이영일 글작가, 이우영·이우진 그림작가가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 만화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챔프’ 잡지에 연재 됐고, 1999년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왔다.

현재 넷플릭스 등에서 서비스되는 검정고무신에 대해 고 이우영 작가는 자신의 허락 없이 만들었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영 작가는 생전에 출판사 측과 저작권 문제로 2019년부터 다퉈왔다. 출판사 측이 검정고무신 만화에 등장하는 9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지분을 53% 보유해 원저작자가 자유롭게 저작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영 작가가 검정고무신 캐릭터들을 그리지 못한 것은 2007년에서 2008년 3차례 출판사 측과 맺은 계약 때문이었다. 계약서에는 ‘검정고무신에 대한 모든 사업에 대한 권리를 위임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2022. 12. 21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개선방안 연구 입찰 공고

2022. 06. 10 문화체육관광부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2021. 10. 05 문화체육관광부

[2118442] 문화산업 공정유통 및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안

2022. 11. 24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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