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서울시는 시범으로 운영하던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시행했다. / 뉴시스
지난 1일부터 서울시는 시범으로 운영하던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시행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최근 서울시, 대전시,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시범 운영하던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3월 1일부터 확대했고,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모든 버스를 대상으로 범위를 넓혔습니다. 각 지자체들은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승객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노인과 미성년자, 외국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서는 현금 사용이 제한되면 이동권이 침해 받는 일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게다가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정치권의 지적도 제기됐죠. ‘현금 없는 버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를 둘러싼 논란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Q. ‘현금 없는 버스’가 뭐죠.

A. 현금 없는 버스는 말 그대로 버스에 탑승할 때 현금을 이용하지 않는 겁니다. 이를 위해 버스 안에 현금함을 없앴습니다. 승객들은 교통카드나 모바일 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요금 결제를 해야 합니다.

2021년에 서울시, 대전시, 인천시, 세종시 등에서 현금 없는 버스가 시범 운영됐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전시는 이를 확대 운영해 시내 모든 버스(1,015대)에서 현금을 이용하지 않도록 조치했습니다. 서울시는 2020년 10월 171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가, 올해 3월 1일부터 전체 버스 7,490대 가운데 1,876대를 현금 없는 버스로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서울시가 이 같은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현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꼽습니다. 현금 사용률이 1%대여서 현금함 유지비용을 계속 부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한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가는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간에서 현금 없는 매장 등의 기업 정책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에서도 이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2019년 4월 기준 전국 1,280여개 매장 중 60%(759개)에서 현금 외 결제 수단 이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몇 년간 스마트폰을 활용한 지급수단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은행이 성인 3,5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지급수단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65.4%(2,313명)가 최근 1개월 동안 은행앱 등의 ‘모바일금융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2019년에 조사한 결과인 57.1% 대비 8.3%p(퍼센트포인트)가 증가한 겁니다.

Q. ‘현금 없는 버스’라는 사실을 승객들이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현금 없는 버스는 버스 앞에 천막을 달아 표시하고 있습니다. 버스 안의 카드 결제 단말기 옆에는 교통카드를 미리 준비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습니다. 버스 노선번호와 운행 구간이 궁금하다면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현금 없는 버스’의 좋은 점과, 우려로 지적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먼저 카드를 이용하면 버스 탑승 시 요금 및 환승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현금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버스기사는 승객이 현금을 사용하면 승차 요금을 정확히 현금함에 넣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전을 넣으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현금함을 없애면 정산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교통카드가 없는 경우입니다. 버스승차 시 현금이 없으면 나중에 계좌이체를 하도록 안내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노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실제 시행 현장에서는 일행이 대신 요금을 내고 나중에 돈을 주기로 약속하는 대화가 오갑니다. 일행이 없는 경우 버스를 타지 못하고 현금 결제가 가능한 버스를 기다려야 합니다. 스마트폰 계좌이체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에게 지급 수단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한 경우도 문제가 되겠죠. 특히 편의점 등에서 물건을 구매하는데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잔액을 미리 확인하지 못하면 버스탑승 시 계좌이체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화에 서툰 외국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Q. 최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현금 결제 거부에 대해 “한국은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해당 법은 어떤 내용인가요.

A. ‘한국은행법’ 제48조(한국은행권의 통용)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法貨)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김희곤 의원의 질의에 “헌법에 규정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현금수취를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경우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한 영역이므로 계약 자유원칙이 일정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병존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국은행법상 법정통화의 무제한 통용을 명시적으로 정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규율되는 강행규정으로 민법상 일반원칙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행법으로 위법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쪽으로 확립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판단할 수 있는 법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Q. 실제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현행법 위반인가요.

A. 한국은행은 위법하다는 견해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현상이 있자 지난 2019년 5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정 지급수단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제37조(가맹점의 준수사항 등)에서 카드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49조에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와 관련해선 금지하는 법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처벌하는 법은 없습니다.

Q. ‘현금 없는 버스’ 정책을 시행중인 지자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지자체들에 따르면 시범운영을 확대하기 전, 한국은행 측은 현금사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2021년 당시 한국은행은 ‘현금 없는 매장’이 증가하는 현상 관련해 ‘현금사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현금 사용을 제한할 경우 소비자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카드 사용시엔 모든 결제가 기록돼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은 “현금은 재난상황이나 통신장애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일 수 있다는 논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원화로 받지 않겠다고 하면 한국은행권의 통용을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카드라는 결제수단을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고 카드로 현금 지급을 할 수 있다. 최종 단계에서 현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통용력을 부정했다는 것은 비약”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울시 버스정책과와 현금사용 선택권에 대해 논의하려고 만남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전시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현금 사용에 제한이 될 수 있으니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애기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시범운영 전 승객들 카드 사용률이 1.8%밖에 되지 않아서 추진하게 됐고 현재 0.13%로 현금 사용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금함을 관리하는 비용은 연간 3억6,000만원인데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시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Q. ‘현금 없는 버스’를 시행중인 지자체들은 이로 인한 불편·부작용이 없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A. 대전시는 지난해 7월 현금 없는 버스를 전체 버스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확대 운영하기 전 3개월 동안 현금함을 철거할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현금사용 선택권을 강조해 버스 안에서 5,000원 교통카드를 비치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Q. ‘현금 없는 버스’와 관련, 디지털 취약계층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구체적인 해결책은 없을까요.

A.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요금납부안내서에 기록할 내용을 간소화한다든가, 교통카드 구매처를 확대함과 동시에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일부 전문가는 도착 예정 버스가 ‘현금 없는 버스’임을 알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 안내판(전광판)에 별도 표기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지하철역 카드판매기처럼 버스정류장에 교통카드 자판기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금 없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지급수단 사용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현금 없는 버스’는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하지만 ‘현금 없는 버스’ 운행대수를 늘리는 것 만큼, 카드나 모바일 사용이 익숙치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공공서비스 영역에서는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이 발생해서는 안됩니다. 제도의 확대 시행에 앞서 이들을 위한 충분한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이자, 정부 차원의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1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

2022. 05. 13 한국은행
한국은행법 제48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020723]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김두관의원 등 16인)

2019. 05. 30 의안정보시스템

현금 없는 버스 운영 노선번호 안내

2023. 03. 02 서울특별시

탈현금화와 현금사용 선택권

2021. 11. 16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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