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개물림사고에 대한 예방책을 제시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개물림사고에 대한 예방책을 제시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국내에서 발생하는 개물림사고는 매해 2,000건이 넘습니다.

소방청에 집계된 국내 개물림사고는 △2017년 2,405건 △2018년 2,368건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 △2021년 2,197건 등입니다. 즉, 하루 평균 6건 수준으로 개물림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개물림사고 예방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의 맹견‧사고견 관리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맹견 및 개물림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한 ‘기질평가제’뿐만 아니라, 예외적인 경우 ‘안락사’를 명령할 수 있는 내용의 가칭 ‘맹견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불거질 전망입니다.

Q. 현행 ‘동물보호법’에 ‘개물림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들이 있나요?

A. 지난해 4월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2024년 4월부터 맹견사육허가제가 시행됩니다. 이제는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의 경우 시‧도지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사육허가 여부는 ‘기질평가’를 거쳐 해당 맹견의 공격성을 판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결정됩니다.

이때 맹견에는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잡종 포함)과 사람‧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개(사고견) 중 맹견으로 지정 받은 개까지 포함됩니다.

기질평가에서는 개의 공격성뿐만 아니라 사육환경 및 소유자의 통제능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맹견 5종에 대해서는 일정 월령 이상이 지난 후 기질평가를 거쳐서 사육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맹견 외 사고견에 대해서도 기질평가를 통해 맹견 지정이 되면 맹견과 동일하게 관리됩니다.

이에 따라 맹견 및 사고견에게는 입마개 착용 및 책임보험 의무 등이 적용됩니다. 또한 교육‧훈련 명령 등도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공격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사육허가가 거부될 수도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 안락사 등 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

소유자 관리 의무도 강화됩니다. 본래는 맹견에 대해서만 소유자 없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규정하던 의무가 전체 반려견에게 확대됩니다. 맹견이 아닌 반려견에 의해서도 물림사고가 다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부터는 의무 위반 시 50만원 이하 과태료, 사고 발생 시 최대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Q. ‘맹견법’이 무엇인가요?

A. 농식품부는 지난 4일 설명자료를 통해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맹견 및 사고견에 대한 내용을 별도의 ‘맹견법’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기질평가제, 물림사고를 일으킨 개 등 위험도가 큰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안락사를 명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전망입니다.

농식품부는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통해 기질평가제도의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해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맹견법 등 분야별로 특화된 법률을 포함해 ‘동물복지법’으로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하반기에 완료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Q. 해외에도 ‘맹견법’이 있나요?

A. 맹견법이 도입될 경우 해당 법안에 포함될 기질평가제는 해외 사례에서도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맹견‧사고견 등에 대한 기질평가 결과를 1~4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4단계(매우 위험)의 경우에 한해 안락사가 권고될 수 있습니다.

영국에도 ‘맹견법’이 있습니다. 특정 견종에 대해서는 민간에서 키울 수 없는 특별 통제견으로 규정해 제한하고, 이 외에도 통제 불능 상태인 개는 당국에 체포‧살처분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다만 지난 2021년에는 2년 동안 맹견 1,500마리 이상이 살처분됐으나 대형견 관련 사고가 여전해 해당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기질평가제’뿐만 아니라 예외적인 경우 ‘안락사’를 명령할 수 있는 내용이 개물림사고 예방책으로 검토되면서 일부 동물권 보호 단체들이 한계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 게티이미지뱅크
‘기질평가제’뿐만 아니라 예외적인 경우 ‘안락사’를 명령할 수 있는 내용이 개물림사고 예방책으로 검토되면서 일부 동물권 보호 단체들이 한계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 게티이미지뱅크

Q. ‘기질평가제’ 등 현행 동물보호법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A. ‘동물권행동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는 법은 제정됐지만 실행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들은 개농장 피학대 사고견과 관련된 보고서를 통해 “숨어있는 무자격 맹견 소유자들은 어떻게 파악해 사육허가를 받게 할 것인지, 전국 개농장마다 수백‧수천마리 단위로 방치 사육되는 소위 ‘식용’으로 사육 중인 도사 혼종들의 사육은 허가할 것인지 등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기질평가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기질평가는 행동교정과 수의학적 접근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구성이 요구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전국 시도 단위로 기질평가단이 구성될 경우 과연 전문 인력이 충분한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근본적으로 동물사육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여전히 국내 곳곳에는 개를 물건처럼 가두거나 방치하는 등 부적절한 사육형태가 만연하고 일방적인 방치‧학대 끝에 개들이 분노와 공격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개물림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질평가제도 도입과 더불어 △천연기념물 진돗개 포함 대규모 번식장 철폐 △반려동물 보호자 자격 검증제도 및 교육 이수 의무 △개농장, 마당 방치견 등 관리의무 태만 사육자 처벌 등 보다 엄격한 규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Q. ‘안락사를 명할 수 있다’는 점, 논란이 되지는 않을까요?

A. 농식품부는 ‘안락사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맹견 및 사고견에 대한 훈련 및 소유자 교육 등이 이뤄지고도 위험도가 클 경우에 한해 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Korean Animal Welfare Association)’는 안락사는 개물림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개의 기질이 환경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이해가 부족한 기질평가제는 안락사를 시킬만한 구실을 마련해주는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질평가제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 기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사고 이후 그 개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또한 ‘기질’이라는 것 자체는 원래 가지고 있는 성향뿐만 아니라 어느 환경에서 자라고 견주가 어떻게 키웠는지에 많이 달라진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특정 견종이라고 해서 각각 개체가 다 동일한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성향만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문제 있는 개를 키운 견주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현재는 그런 부분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개에는 반려견뿐만 아니라 야생화 된 떠돌이견, 탈출해서 공격성을 보이는 식용견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개의 성향으로 단편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종합적이게 다뤄져야 하는 문제가 ‘개물림사고’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입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현재의 기질평가제는 반쪽짜리 제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하면서 “사전 예방을 위해선 소유권 제한 조치뿐만 아니라 학대자 등에 대한 동물 소유 제한 등 견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동물복지 강화 방안(안)
2022. 12.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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