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H그룹 주요 상장사들이 줄줄이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KH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불거졌던 감사의견 비적정 우려가 현실화됐다. 각 상장사마다 소액주주들이 상당한 만큼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감사의견 비적정 우려 현실로… 줄줄이 거래 정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KH필룩스에 대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7일 밝혔다. KH필룩스가 이날 2022년 사업연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의견거절’임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된다. 

코스피 상장사인 KH필룩스 주권매매거래는 이날 정지됐다. 주권매매 정지기한은 상장폐지에 관한 이의신청기간 만료일 또는 이의신청에 관한 상장폐지여부 결정일까지다. 

KH필룩스 회계감사를 진행한 정동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거절 근거로 △유의적인 불확실성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을 제시했다. 정동회계법인 측은 “현재 관계기업과의 자금거래, 담보제공 등 주요 약정사항과 관련한 자산과 부채 및 관련 손익항목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는 사항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KH필룩스의 실적과 재무상황을 토대로 한 불확실성도 감사의견 거절 근거로 제시됐다. KH필룩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617억원, 결손금 누적액 1,192억원을 기록했고 관계회사 및 종속회사에 회사가 제공한 담보현황에 대한 우발부채를 기술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감사 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으로 나눠진다. 이 중 적정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적정 의견으로 분류된다. 유가증권 상장사의 경우,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한정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2년 연속 감사보고서상 감사 의견이 감사 범위 제한 한정인 경우엔 상장폐지 요건이다.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은 곧바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비적정 의견이 나오면 곧바로 상장폐지 대상이다. 

KH필룩스는 KH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이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KH필룩스를 비롯해 KH건설, IHQ, 장원테크, KH전자 등 KH그룹 계열사들이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무더기로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 

우선 코스닥 상장사인 KH건설과 코스피 상장사인 IHQ는 지난해 사업연도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장원테크는 7일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의견을 감사인으로부터 받았다. 또 다른 KH그룹 상장 계열사인 KH전자도 감사의견 의결을 받았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들 계열사 5곳은 일제히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연장신고서를 제출한 곳이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받지 못한 탓이다. 외부감사인이 감사의견 형성을 위한 충분한 감사증거를 제출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기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감사의견이 비적정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진 바 있다. 이는 현실화됐다.  

KH그룹은 현재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알펜시아 입찰 담합’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연루 의혹으로 각각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KH필룩스는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KH필룩스가 지분을 보유한 바이오 업체 등을 통해 2020~2022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승인 관련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