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연대회의’는 오는 4월 19일에 교수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 입법예고 기간에 있는 ‘대학설립·운영 규정’ 전부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달 22일 교육부 장관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뉴시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오는 4월 19일에 교수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 입법예고 기간에 있는 ‘대학설립·운영 규정’ 전부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달 22일 교육부 장관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입학생이 줄어들면서 많은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려 지방대학 중심으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대학들의 자율성을 높여 재정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대학에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이 그것입니다. 1차 입법예고를 거쳐, 현재 추가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재입법예고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일부 교수단체들은 법 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교수단체는 어떤 점을 지적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살펴봤습니다.

Q.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이 무엇인가요.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선 4대 요건을 갖춘 뒤 교육부장관에게 설립 인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4대 요건은 △교사(대학시설·건물) △교지(교육·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모든 토지) △교원(교수·부교수·조교수·겸임교원 등) △수익용기본재산확보(토지나 건물 등 학교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말합니다. 이들 요건이 법에서 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대학설립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4대 요건은 대학설립 이후에도 학과를 신설하거나, 입학정원을 늘리는 등 대학의 중요한 운영 과정에 기준이 돼 왔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설립·운영규정’이 1996년에 제정돼 현재 교육·연구 활동에 적합지 않은데다, 자유롭고 혁신적인 교육활동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 설립을 위해 갖춰야 할 ‘4대 요건’의 기준을 대폭 낮추거나 철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4대 요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 건가요.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학생 1인당 교사기준면적이 14㎡ 수준으로 조정됩니다. 현행 규정은 학생 1인당 교사기준면적이 △인문·사회 12㎡ △자연과학 17㎡ △공학 20㎡ △예체능 19㎡ △의학 20㎡로 분류돼 있습니다. 학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공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열별로 면적을 나눠놓은 것이죠.

하지만 교육부는 인문·사회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의 교사기준 면적을 모두 14㎡로 낮췄습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 및 대학 간 자원공유 등의 추세에 맞춰 교사기준면적을 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교지 면적도 줄어들었습니다. 기존 규정은 학생 정원을 기준으로 교지를 확보하도록 돼 있습니다. 예컨대 1,000명 이상의 대학은 교사 기준면적의 두 배 이상의 교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해둔 것이죠. 반면, 개정안은 건물에 필요한 토지만 확보하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기준이 완화됐습니다.

기존엔 일반 대학이 확보해야 할 교원 가운데 겸임교원의 비율을 5분의 1로 제한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이 비율이 3분의 1로 늘었습니다. 교육부는 “현장전문가를 겸임·초빙교원으로 확대 채용해 다양한 강좌개설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현장적합도가 높은 인력 양성이 가능하다”고 해당 규정의 개정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익용기본재산(토지나 건물 등 학교법인의 수익창출을 위한 재산) 규정도 달라졌습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법인은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만큼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합니다. 등록금이나 수강료 수입 외에도 학교의 임대료 수입, 고정자산처분수익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법인은 연간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만큼만 확보해도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특히 법인이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 총액의 2.8%를 대학에 지원할 경우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Q. ‘4대 요건’ 외에도 달라진 규정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교육부는 대학 통·폐합 기준과 소유 원칙도 대폭 완화했습니다.

교사·교지는 ‘설립주체 소유’가 원칙이지만, 교사확보율 100% 이상인 경우엔 임차가 허용됩니다. 쉽게 말해, 대학이 타인 소유의 건물을 임차해 연구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원의 일정 비중을 감축해야 하는 의무도 완화돼 학교법인의 운영 여건과 의지 등에 따라 자발적인 통·폐합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엔 ‘학생 정원’을 기준으로 교사·교지·교원 확보 기준을 산정했지만, 개정안에선 신입생 미충원 대학의 경우 재학생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Q. 규제가 완화되면 새로운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교육부가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안을 통해 4대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도 그런 취지입니다. 학생 수 급감 상황에서 대학이 교원 수를 줄이고 학교 건물 등의 재산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대학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으로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 등의 시대·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적지 않은 대학 관계자들도 ‘대학 자율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교육부의 이번 규제 완화 정책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지만 일부 교수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오히려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키고, 지역대학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는 교수단체들은 지난 2월 ‘전국교수연대회의’를 결성했습니다. 교수노조와 비정규교수노조, 국공립대교수노조를 비롯한 7개 연구자·교수 단체가 속해 있습니다.

Q. 전국교수연대회의에서 지적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대학 운영기준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대학의 영리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대학들이 수익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정안에 따라 기준을 충족하고 남는 토지와 건물을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한 뒤 얻은 수익을 교육환경 개선·향상을 위해 쓰기보다 사학법인의 이익만 챙기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합니다.

무엇보다 해당 개정안이 지역대학 발전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학과 신설이나 통·폐합이 자유로워지면 인기학과 위주로 대학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이어져 결국 지역대학을 더 큰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죠. 개정안의 초점이 시장 논리를 강화하는 데 맞춰져 있어 대학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교원 확보 기준 완화에 대해 전국교수연대회의는 “많은 대학이 현행 규정을 악용해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교수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이를 더 폭넓게 허용하면 대학의 연구와 교육은 무너진다”고 지적합니다.

앞서 송주명 교수노조 부위원장(한신대 교수)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 고등교육의 교수 대 학생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이라며 “이것도 모자라 겸임교원 등을 전체 교원의 3분의 1까지 확대함으로써 교원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면 우리 고등교육과 대학의 미래 경쟁력은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Q. 교수단체의 반발에 대해 교육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교육부 관계자는 “이 규정이 통과가 안 되면 대학교는 재정적 어려움이 더 커진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재학생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대학들이 있다. 교원 인건비가 학교 측에서는 소요되는 비용이 크다.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다 보니 대학 재정 건전성을 높여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법제 심사 중인데 규제완화가 부작용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개정안의 제13조(대학의 운영 기준)에 ‘교육·연구 활동의 안정적 수행을 저해하지 않는 법위 내’라고 단서조항이 있다. 무조건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법제 심사에서 이 단서를 더 구체적으로 할지 논의하고 있다. 향후 대학설립·운영 규정 시행규칙에 세부사항을 명시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Q.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은 어떤가요.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에 대한 추가 일부개정령안 재입법예고를 한 상태입니다. 앞서 입법예고 기간(2022년 12월 30일~2023년 2월 13일) 중 제출된 의견을 반영해 규정을 추가 개정하기 위함입니다. 공고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4월 26일까지 해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받을 예정입니다.

7개 교수 단체로 구성된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전국 1만명 서명운동에 이어, 집단행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들은 현재 입법예고 기간에 있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정책과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해서도 “극소수 대학만 남기고 대다수 대학을 존폐 위기로 내몰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은 대통령령이어서 입법예고 후 법제 심사, 국무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친 뒤 공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오는 4월 19일 교수선언을 할 계획인데다, 이번 교육부의 대학 규제완화 정책을 둘러싼 교수계의 비판이 적지 않아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대학 설립운영 규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

2022. 12. 30 교육부

2021고등교육 재정지원정보 분석보고서

2022. 12 한국사학진흥재단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