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최근 하락세인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의 단독일정이 부쩍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조용한 내조’를 선언했으나 ‘적극적인 내조’를 넘어 ‘광폭 행보’로 보일 정도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 또 김 여사의 단독일정 증가가 윤 대통령 지지율에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다. 

◇ 거의 매일 단독일정 수행

김 여사는 11~15일 매일같이 대외활동을 했다. 모두 윤 대통령이 없는 단독 일정이었다. 17일에도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해 야생동물 구조 및 치료·재활 현황을 살피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야생동물 구호를 위한 홍보와 지원이 확대되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주한프랑스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개관식에 앞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환담도 나눴다. 김 여사는 콜로나 장관과의 환담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동물권 진전을 위해 정책 교류를 이어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14일에는 대전을 찾아 독거노인·소외계층을 위한 세탁봉사에 참여하고 자선 경매에 물품을 기부했다. 이어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여러 점포들을 둘러보며 지역 소상공인들을 격려했다. 시장 방문을 하기 전에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배승아 양의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그 전날인 13일엔 한강 투신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 가정을 방문하는 등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에 참석했다.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이란 국가보훈처에서 전몰·순직 군경 자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여사는 출범식에서 “제복 입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끝까지 기억하고,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했다. 

12일에는 경기 파주에 위치한 국립 6·25전쟁 납북자 기념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 추대식에 참석했고,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을 기부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지난 16일 “대통령에 대해서 지역 방문이라든지, 행사 참석이라든지 해 달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면서 행사에 많이 나가는 게 상당히 어렵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이나 행사를 주최하시는 분들은 ‘대통령께서 못 오시면 영부인이라도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굉장히 많은 (참석) 요청을 받는데, 기본적으로 약자와의 동행, 그리고 문화라든지 기후변화, 환경 등 김건희 여사가 관심을 갖는 부분, 그리고 동물 보호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갈 수 있는 행사에 가고 있다”며 최근 행사 참석 요청이 다소 늘었다고 밝혔다. 

◇ 제2부속실 설치에 부정적인 대통령실

하지만 단순히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이 많아진 게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이전 정부에서도 영부인들은 공개·단독일정을 수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이희호 여사는 적극적으로 정책적인 행보를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공개 활동 행보를 모은 자료집도 있었다. 

김 여사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임경빈 시사평론가는 17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이전에 보조적인 역할을 주로 했던 영부인들 같으면 포괄적인 얘기를 하는데, 김 여사는 적극적으로 ‘임기 내 식용 개 관련 정책을 마무리 짓겠다’는 정치인에 가까운 발언을 한다”고 지적했다. 선출된 권력이 아닌 대통령의 배우자의 행보로 보기엔 좀 지나쳤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고, 이 때문에 김 여사 일정은 대통령실 부속실의 ‘배우자 팀’에서 담당한다. 이럴 경우 김 여사의 일정과 메시지 등을 정확히 누가 책임지고 관리하는지 알기 어렵게 된다. 한마디로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여사 일정 취재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대부분 김 여사 일정은 비공개로 하고, 대통령실의 판단에 따라 공개를 한다. 일정을 공개하더라도 대통령실 전속 직원이 현장 사진 및 영상을 촬영하고, 행사가 종료된 뒤 배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김 여사의 사진 중 일부가 ‘화보’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지금이라도 제2부속실을 만들어 대통령 부속비서관실이 여사를 걱정하는 지금의 기형적 시스템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의 부활을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 출범 초부터 ‘대통령실 슬림화’를 강조했고, 대선에서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여사의 행보가 윤 대통령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김 여사의 행보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 김 여사의 행보도 긍정적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일 경우, 김 여사의 ‘광폭 행보’가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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