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올해 사업 목표로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올해 사업 목표로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시사위크|여의도=이미정 기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올해를 시즌2의 초석을 다지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4연임에 연임하며 장기집권 시대를 연 그는 플랫폼 역량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주요 과제로 강조했다. 

◇ 윤호영 대표 “올해 시즌2의 초석을 다지는 해”

카카오뱅크는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모처에서 프레스톡(기자간담회)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는 올해 사업 전략 방향과 신규 수신(최애적금) 상품, 주택담보대출 커버리지 확대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 전략 발표를 맡은 윤호영 대표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소회로 말문을 열었다. 윤 대표는 “한 번 더 대표로서 임기를 보내게 됐다”며 “인터넷 은행 도전을 결심한 2015년으로 돌아가 보면 가보지 않는 길을 간다는 막막함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렘도 컸다. 올해는 초심을 가지고 ‘카카오뱅크 시즌 2의 초석을 다지는 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올해 목표를 ‘No.1 금융+생활 필수앱이 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높은 편의성과 금융 상품의 재해석 역량을 바탕으로 단순한 금융 앱이 아닌 금융과 생활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선 플랫폼 파워 및 비즈니스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카카오뱅크는 올해 고객 외연 확대에 주력하다는 계획이다. 우선 카카오뱅크 미니(mini)의 서비스 강화를 통해 청소년 고객층 확대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미니는 청소년 전용 금융 상품으로 현재 171만명의 고객이 이용 중이다.  

윤 대표는 “만 14세 생일에 카카오뱅크 미니를 개설하는 청소년 중 절반이 0시에서 새벽 2시에 가입하고 있다”며 “그만큼 카카오뱅크를 쓰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증거다. 미성년 고객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신 상품의 커버리지 확대를 통해서도 고객층 확대에 나선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 개인사업자 뱅킹을 선보이며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며 “조만간 보증서 대출도 선보일 계획이며, 주택담보대출도 기존 아파트 중심에서 주택, 빌라까지 대출 대상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파트너사와 제휴를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플랫폼을 정의하자면 연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면 고객이 더 늘어나고 고객 인게이지먼트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 파트너사, 신용카드, 증권계좌 확대 등 기존 서비스외 다른 서비스 늘리면서 플랫폼 파워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마트, 마켓컬리, SPC, 카카오페이지, 오늘의집, 카카오톡, GS칼텍스, 교촌치킨, GS25 등과 협업해 다양한 파트너적금을 매년 정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도 다양한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해 26주적금, 저금통, mini저금 등 제휴 상품을 많이 선보이고, 고객분들께 더 많은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환 대출 플랫폼’과 ‘대출비교서비스 플랫폼’을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플랫폼 역량·기술역량 강화 목표

윤 대표는 기술역량 강화도 올해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기술은행”이라며 “모바일 뱅킹 서비스 시대에서 더 많은 고객들에게 선택받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ChatGPT(챗지피티) 열풍을 짚으면서 AI(인공지능)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AI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며 “AI 기술을 이용해 가장 앞서있는 챗봇서비스를 제공했고, 가장 안전한 인증기술을 구현해왔지만 최근 챗지피티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며 “AI 전략조직구성을 통해, AI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금융기술연구소 및 카카오 공동체와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언어모델의 개발과 활용을 위한 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GPU 클러스터 구축 등 물적 토대도 확충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 송호근 담보여신캠프 SO(왼쪽)와 카카오뱅크 김영림 시그니처캠프 SO(오른쪽)이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2023 카카오뱅크 프레스톡'에 참여해 최애적금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의에 답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이외에도 윤 대표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통한 포용적 금융 강화에도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누적 중저신용대출 공급액은 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25.4%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도 중저신용자 비중을 목표치인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생활과 금융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 아래, 다소 독특한 수신 상품인 기록통장 서비스를 내놨다. 기록통장은 의미 있는 순간마다 모으기 규칙을 통해 저축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수신상품이다. 

기록통장의 첫 번째 서비스로 팬덤문화에 기반한 ‘최애적금’이 출시됐다. 최애는 최고로 애정하는 대상을 뜻하는 준말이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다. 

카카오뱅크는 팬덤 문화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타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저축형 팬문화’가 형성된 점을 주목해 이번 서비스를 설계했다. 서비스 이용 고객은 좋아하는 가수가 SNS에 개인 사진을 업로드하면 1,000원, 예능에 출연하면 1만원을 저축하듯이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서 기록과 함께 저축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애적금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최애의 사진으로 직접 계좌 커버를 꾸밀 수 있는 점을 제시했다. 또 최애적금 현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재밌게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유하기 템플릿을 제공키로 했다. 

◇ “고객 외연 확대·여신 커버리지 확대 주력”

기록통장 금리는 연 2.0%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보통예금이다. 기록통장은 1인당 1계좌만 가입 가능하며, 최대 10개의 최애적금을 만들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아기 적금, 반려견 적금, 운동 적금, 야근 적금 등 고객이 원하는 기록의 성격에 맞춰 기록통장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대상을 기존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확대한다. 연립·다세대 주택 역시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챗봇 기능을 통해 100% 비대면으로 서류 제출부터 대출 심사, 실행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혼합금리 기준 최저 연 3.53%(17일 기준)로 중도상환해약금도 100% 면제된다. 대출만기는 최소 15년에서 45년(청년 기준)까지 선택 가능하며, 대출한도는 최대 10억원이다. 단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우 카카오뱅크 내부 시세판정 시스템으로 시세를 파악할 수 있는 주택만 대출 대상에 포함된다.

연립·다세대 주택담보대출은 담보 가치 산정의 어려움으로 대출 공급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주변 시세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한계를 부동산 가치 자동산정 시스템(AVM·Automated Valuation Model)을 통해 풀어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부동산 시세 자동산정 서비스 제공 업체와 협력해 AVM을 도입했다.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하며 출범해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21년엔 기업공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3,53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6.95%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수익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4분기 비이자수익(플랫폼)은 15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6.2% 줄어든 바 있다. 플랫폼 역량 강화를 앞세운 윤 대표가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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