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계약 기간이 끝났음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깡통전세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는 임차권등기부터 하라고 하는데 임차권등기가 전세금반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몰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최근 전세 사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세입자들 사이에서 임차권등기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를 할 때는 제도의 장점과 한계를 제대로 알고 이용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는 문제의 주택에서 전입신고를 빼야 하는 상황에서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기에 전세사기 피해에 어느 정도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임차권등기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기에 섣부른 오해는 자제해야 한다. 임차권제도에서 세입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올바른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입자들이 임차권등기에 대해 오해하는 첫 번째는 신청이 가능한 시점이다. 세입자들은 임차권등기에 관해 문제를 대비하는 하나의 보험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사전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신청할 수 없다. 즉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신청할 수 있다는 말. 가령 전세 기간이 끝나 가는데 집주인이 연락 두절된 상황이거나 평소 집주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것 같아 미리 신청하려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임차권등기의 기본적인 개념은 계약 기간이 끝났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신청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계약 기간이 끝나야만 집주인에게 전세금반환 의무가 생긴다는 원리로 이해하면 쉽다. 반면 전세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을 경우 당연히 집주인에게 전세금반환의무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도 신청할 수 없다.

세입자들이 임차권등기에 관해 오해하는 두 번째 사항은 계약 해지 통보를 잊는다는 점이다. 임차권등기는 계약이 끝나야 신청할 수 있는 제도 인만큼 계약 해지 통보가 필수 전제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간혹 세입자들 가운데는 전세 기간이 끝나면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된다는 인식이 있다. 아울러 갱신요구권을 다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계약은 당사자 간 의사를 교환해야 법적인 효력이 인정된다.

주택 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당사자 간 계약 해지나 연장에 관한 통보가 없었다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더라도 계약 당사자 간 의사전달이 없었다면 계약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말이다. 법률에서는 이를 ‘묵시적 갱신’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해진 기간 안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법률상 계약이 유지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임차권등기 신청도 불가능하다.

임차권등기에 관한 오해 마지막 사항은 임차권등기가 명도의무(임차한 집을 집주인에게 반환하는 의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임차권등기를 했으니 집주인에게 지연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믿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세금 지연 이자는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를 신청한 후 이사를 해야 가능한 것. 다시 말해 임차권등기만 해놓고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지연 이자는 청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연 이자는 세입자가 자신의 의무를 지켰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 청구할 수 있다. 즉 명도의무를 지켰을 때 비로써 장점을 발휘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물론 임차권등기를 신청한 후 이사를 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임차권등기의 이점을 발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전세금 분쟁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전세금반환소송은 임차권등기 신청과 관계없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제기할 수 있다. 종종 소송을 위해 임차권등기를 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세금반환소송은 임차권등기를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정리하면 임차권등기는 계약 기간이 완전히 종료된 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신청 전에는 집주인에게 확실히 계약 해지 통보를 했는지 확인하고 묵시적 갱신 여부를 주의해야 한다. 임차권등기 신청 후 지연 이자는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만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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