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 쇼박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순식간에 400만을 넘고 5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봐주신 건지, 반은 신기하고 반은 감격스러운 마음이에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지난달 8일 개봉 이후 3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킨데 이어,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흥행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제치고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영화 TOP 1위 자리까지 석권했다.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27일 다시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서 대히트를 거둔 것에 대해 얼떨떨해하면서도 감격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흥행 이유를 묻자 그는 “나도 궁금하다”면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덕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먼저 개봉을 해서 대히트를 하고 그다음에 개봉한 게 ‘스즈메의 문단속’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선택해 준 게 아닐까요.(웃음) 또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재해를 입고 상처를 입은 소녀가 회복해 나간다는 이야기가 한국 젊은 층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 게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그 외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는 게 있다면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비하면 나의 작품은 매우 불완전하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등장인물도 매우 불완전하고 영화의 퀄리티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불완전한 영화를 보고 한국 관객들이 뭔가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받아주는 것을 보면서 정말 다정하다고 느꼈다”고 한국 관객들을 향한 감사를 표했다. 

올해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기록한 ‘스즈메의 문단속’. / 쇼박스
올해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기록한 ‘스즈메의 문단속’. / 쇼박스

‘너의 이름은.’에서 혜성 충돌, ‘날씨의 아이’에서 기후변화를 핵심 스토리라인으로 삼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자연재해인 지진을 다루며 주제 의식을 더욱 확실히 드러내 일본뿐 아니라 한국,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할 이야기로 깊은 공감을 안겼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미디어라는 것은 사회에서 일어난 큰 재해가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실제로 일어난 재해이기에, 이를 경험한 이들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는 그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고 1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 만들어졌어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에 만들기 힘들었을 거예요. 지금이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기로 처음부터 방침을 정했고, 돌아가신 분들과 재회하는 이야기로는 절대 만들지 말자고 했어요. 그 이유는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일본 극장에는 주의사항이 쓰여있기도 해요. 영화에 지진 경보가 울리고 지진이 발생하는 이야기가 담겼다고요. 아무 정보 없이 우연히 보고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사려 깊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 속 스즈메는 일본 전국을 여행하게 되는데, 스즈메가 들리는 동네는 과거 재해를 입은 곳이다. 다만 스즈메가 살고 있는 마을은 실재하는 곳이 아닌 가공의 마을로 택했는데, 이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 기념 재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 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 기념 재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 쇼박스

이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지브리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과거와 비교해 일본 애니메이션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 작품이 많은 관객을 동원한 건 맞지만 전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을 생각하면 아주 미미한 부분이에요. 최근 일본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이 널리 퍼지고 힘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본 배급사가 10~15년 동안 해온 노력이 지금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손 그림으로 한 장 한 장 사람이 그리다 보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죠. 그 방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과제로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오는 30일까지 서울과 부산, 제주까지 방문해 열띤 성원을 보내준 한국 관객과 직접 소통한다.

“본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작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 애니메이션에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관객과 재회하게 됐는데 전하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아요.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을 왜 이렇게 좋아해 주셨는지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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