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3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3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133주년 노동절 날 여야가 노동자 권익 보호에 한목소리를 냈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데 공통 분모를 형성했다. 다만 이러한 ‘목표’에 대한 접근법은 달랐다. 여권에서는 ‘노동조합의 기득권 혁파’를 우선으로 내건 반면, 야권은 노동시간 축소를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5월 임시국회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신경전도 펼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근로자의 땀방울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며 “모든 근로자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앞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근로자의 합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힘을 보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팔이 짓눌리고 손가락이 잘려가면서도 각성제를 삼켜가며 미싱을 돌린 노동자들, 이역만리 타지에서 흘린 땀으로 쇳물을 녹여 제조업 강국을 만들어 낸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세계 10위 경제 대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조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입장문에서 “민주당이 일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나섰다.

‘노동 가치 존중’이라는 뜻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지만,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노동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만큼 이를 풀어갈 방법론이 달랐다. 노동 개혁에 적극 힘을 실어 온 국민의힘은 이날도 기득권 노조를 고리로 한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일부 특권노조의 행태는 노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노동자라는 이름에 오히려 먹칠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의 ‘노조 때리기’는 노동 개혁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를 공직 부패와 기업 부패 등과 함께 ‘3대 부패’로 꼽으며 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른바 기득권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권익을 명분으로 ‘고용 세습’, ‘불법 파업’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만이 기득권을 누린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다시 한번 노조 개혁의 의지를 드러냈다.

여권은 기득권 노조가 권익을 위한 투쟁이 아닌 정치적 투쟁에 함몰돼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근로자들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노조의 기득권 수요를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쏘아붙인 것은 이러한 인식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일 당 노동 개혁 특위를 본격 출범시켜 △유연성 △공정성 △노사법치 △안정성 등 노동 개혁 4대 분야에 대한 정책 마련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 ‘노란봉투법’ 두고 신경전

노동 개혁에 대한 여권의 의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야당은 이날도 정부·여당을 겨냥해 맹공에 나섰다. 특히 주 69시간제 등 정부·여당의 노동 정책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33년 전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을 외치며 일어섰건만, 2023년 대한민국에선 ‘주 69시간 노동’이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땀 흘려 일하는 시민들의 삶이 위태롭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주 4.5일제를 띄우며 정부·여당과의 ‘다른 길’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동시간이 야기하는 새로운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학부모를 위한 ‘주4일제 도입’까지도 거론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양극화의 악순환을 저지하고, 사람 중심의 노동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노조 옥죄기’가 노동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공세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시각차는 5월 임시국회 쟁점 법안 중 하나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두고서 크게 충돌하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했지만,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넘게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이에 야당 내에선 해당 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본회의 직회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 노란봉투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에서 “법사위가 계속해서 심사를 거부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야기할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이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과 같이 노조 기득권을 지키고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법안은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맞섰다. 아울러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도 선택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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