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히로시마 위령비 참배”… 기시다, 과거사 두고 “가슴 아프게 생각”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양 정상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가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 방문 계기에 일본 히로시마 평화 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안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과 관련해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尹 “셔틀외교 본격화… 히로시마 위령비 참배하기로”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본격화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 정상회담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데 다시 한 번 뜻을 모았다”며 “우리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해 “우리 두 정상은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외교안보 당국 간 안보 대화와 NSC 간 경제안보대화, 그리고 재무장관회의 등 안보, 경제 분야의 협력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양국의 대표적 비우호 조치였던 소위 화이트리스트의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실무방문 당시 합의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미래기금)이 정식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기금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과 경제인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이 함께 설립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두 사람은 한일 미래세대의 교류 확대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한일 양국의 인적 교류 규모가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2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환영하며,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우정과 신뢰를 쌓아 가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과 아울러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을 중심으로 한 미래세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일 양국 간 인적 교류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자고 협의했다. 

한일 경제협력과 관련해 양 정상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아울러 회담에선 우주, 양자, AI(인공지능), 디지털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와 R&D(연구·개발) 협력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역내 안보와 관련해선 양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간 협력이 긴요한 상황에서 곧 다가올 G7 정상회의 계기에 3자 정상회담 등 한미일 3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작년 11월 프놈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관련해서 실현 방안에 대해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환영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양국이 함께 공유하는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계속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올해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의장 자격으로 윤 대통령을 초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 회동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보건,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을 더욱 구체화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저의 히로시마 방문 계기에 우리 두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시다 총리님의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 그리고 양국 관계 정상화가 이제 궤도에 오른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는 기시다 총리와의 우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층 더 깊어진 양국 간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시다, 강제징용 사과 없이 “가슴아프다” 에둘러 표현

기시다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3월에 윤 대통령께서 나타내신 결단력과 행동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며 “일한관계(한일관계)의 강화를 원하는 강한 의지를 저도 공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윤 대통령과 연대하고 G7 정상회담을 향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자 이렇게 조기에 방한을 결정했다”고 방한 계기를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 결과로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두 달 사이에 이뤄지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해주실 수 있도록 이번달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하셨을 때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공동선언(한일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다”며 “이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 6일 발표된 조치에 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 받았다”며 “저도 당시 어려운 건강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의 호응조치로 보인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명확하게 ‘강제징용’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명확한 사과 없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일한 양국 간에 수많은 역사와 경유가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노력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저의 책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 정세를 보더라도 양국 협력은 필수”라며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한 동맹국으로, 이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또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일미 동맹, 한미 동맹, 일한 그리고 일한미, 안보 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셔틀외교는 계속 된다”며 “보름 후엔 히로시마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오늘은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삼게 될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평화 기념공원을 방문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윤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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