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헤드오피스회의실에서 간호사 등 진료지원인력 현장 간담회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간호사들의 정부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피켓 시위. / 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헤드오피스회의실에서 간호사 등 진료지원인력 현장 간담회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간호사들의 정부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피켓 시위.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 제정안이 야권 주도로 재표결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표결을 하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낮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서 재표결 시 부결시킨다는 방침을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간호법은 같은날 국회로 돌려보내졌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이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간호법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에 비해 빠르게 결정한 셈이다.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재표결을 예고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은 간호법 국회 재투표에 나서겠다.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주적 절차인 국회법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시행령 정치로 국회 입법권을 위협하더니 이제 거부권 정치로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는 독선·독단·독주의 다른 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간호법이 윤 대통령의 공약일 뿐 아니라 여당의 총선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간호법 제정 자체가 대선 공약이기 이전에 국민의힘 총선 공약이었다”며 “지난 총선 때 마흔여섯 분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간호법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고 했다.

앞서 여야는 이달 25일과 30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어 간호법 재표결은 이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간호법을 재표결한다고 해도 국회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오는 법안은 재적의원의 과반 참석, 참석 인원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 통과 가능성 낮아도 재표결 나서는 민주당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간호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간호법 재의를 요구한 것을 민주당이 표결에 부친다면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결을 당론으로 정할 수 있었던 것은 현 의석 분포상 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국민의힘(115석)이 ‘집단 부결’에 나서면 가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부결되더라도 간호법 제정이 윤 대통령과 여당의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재표결을 강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의원이 “재의결을 통해 총선 공약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간호법 강행 처리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끊임없이 갈라치기 법, 소위 말해서 특정 사람들에 대해서 포퓰리즘적인 법안을 발의하고 정부 여당이 이것에 대해서 반대하고 거부권을 행사(하게 한다)”면서 “(민주당이) 내년 선거에서 소통 부재, 대통령의 일방 독주라는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입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간호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해 1월 대한간호협회와 간담회를 마친 후 “법안(간호법)이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저희 의원님들께 잘 부탁드리겠다”고 말했고, 선대위 정책본부장이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누구 못지않게 앞장서서 조속히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바 있다. 따라서 간호법이 부결될 경우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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