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이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마저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 시사위크
한국토지신탁이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마저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토지신탁이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마저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수주 감소에 따른 시장 지위력 약화와 저하된 이익창출력 등을 이유로 한국토지신탁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 한국신용평가, 한국토지신탁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조정

한국토지신탁은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신탁사 중 한 곳으로, 1996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회사로 출발했으나 2013년 MK전자에 매각되면서 민영화됐다. 3월 말 기준 MK인베스트먼트 및 MK전자의 한국토지신탁 보유 지분은 35.5%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토지신탁을 앞세워 업계 선도회사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몇년간 성장세는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엔 신탁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코람코자산신탁에 내주는 뼈아픈 결과도 받아들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토지신탁 경영진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한국토지신탁의 시장 지위력 약화와 이익창출력 저하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18일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 측은 “한국토지신탁은 장기간 영업수익 및 신탁보수 기준 1위의 시장지위를 유지했으나 경쟁심화, 수주 감소가 지속됨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2019년까지 영업수익 및 개발신탁수수료수익 기준 업계 1위의 시장지위를 유지했으나 2022년 연간 영업수익, 개발신탁수수료수익 기준 시장지위는 각각 2위 및 8위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까지 20%를 상회했던 영업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2년 10.8%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개발신탁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4.4%에서 7.8%로, 보다 크게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수익창출력 감소 배경으론 △개발신탁 시장이 차입형 개발신탁 중심에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중심으로 변경된 점 △도시정비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매출인식 시점이 지연된 점 등이 제시됐다. 

한신평 측은 “한국토지신탁의 2022년 신탁보수 기준 수주규모는 1,019억원으로 2014년 995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신규 수주규모도 124억원에 불과하다”며 “지방 부동산 분양경기 저하 등 비우호적인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실적 및 시장지배력 저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시장 지위력 저하·수익 창출력 약화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1,882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한국토지신탁의 영업수익이 2,000억원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순이익은 414억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신평 측은 “차입형개발신탁 수주 감소에 따른 개발신탁보수 및 이자수익 감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 현안사업장에 대한 대손비용 부담 확대 등이 나타난 결과”라며 “최근 수주 현황이 저조한 점, 부동산 경기 저하 등으로 개발사업장에 대한 대손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익창출력 회복에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있는 점도 신용등급 전망 조정 배경으로 제시됐다. 한신평은 “자건전성지표가 경쟁업체 대비 열위하다”며 “차입형개발신탁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부동산신탁사 중 고정이하자산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토지신탁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61%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자산신탁이 32%, 코람코자산신탁이 59%, 대한토지신탁이 45%이 그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한신평은 “최근 부동산경기가 저하되면서 요주의이하자산 및 고정이하자산 잔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3월 말 요주의이하자산, 고정이하자산은 각각 6,295억원, 4,3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말 대비 1,517억원, 446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충당금 적립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한신평은 “한국토지신탁은 현안사업장 신탁계정대에 대해서 대손충당금을 반영하기보다는 주로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유사시 큰 폭의 대손비용 발생해 자본비율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신평 측은 “부동산경기 저하로 미준공·미분양·미입주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재무안정성이 현 수준 대비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신탁계정대 회수자금으로 차입금 의존도를 축소시킨 경쟁업체와 달리 한국토지신탁은 잉여자금을 재투자했다”며 “그 결과 신탁계정대 감소에도 재무안정성이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신탁계정대가 재차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신평 측은 한국토지신탁이 지분을 보유한 동부건설, HJ중공업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여부 가능성도 예의주시했다.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분양실적 저하로 사업변동성이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직·간접적인 지원이 나타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토지신탁 신용등급 전망 조정 보고서
2023. 05. 18 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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