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다자녀 가정을 위한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다자녀 가정의 차량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고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기자는 자녀 3명을 둔 다자녀 아빠다. 지난해 셋째가 생기면서 차량을 11인승 승합차로 바꿨다. 6명 이상 탑승하면 버스전용차로 이용이 가능한 차량이다. 

평소엔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되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일이 많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부모님을 포함해 3대(代)가 지방을 다녀오면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했는데 정말 빠르고 편리했다. 특히 돌아오는 길엔 아이들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았던 데다 길이 막히는 주말이어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한편으론,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없던 때 고생한 기억도 났다.

다자녀 가정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법안 발의는 무척 반갑다. 최악의 저출생시대에 다자녀 가정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출산과 양육을 지원 및 독려하는 취지라는 점에서다.

물론 법안이 통과되고 제도가 정착하기까진 많은 검토와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차량 식별 및 단속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버스와 승합차 등만 통행이 허용되기 때문에 외관과 번호판 등으로 일차적인 식별이 가능한데, 다자녀 가정 차량으로 확대되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해당 개정안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버스전용차로 통행 허용 대상을 ‘취득세를 감면받은 다자녀 양육자의 차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자동차 취득세 감면 혜택이 제공되고 있는데, 이 혜택을 받은 차량에 대해 버스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셋째 출생 이후 차량을 바꾸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남는다. 

아직 완성된 법안이나 제도가 아닌 만큼, 이러한 점들은 향후 꼼꼼한 보완을 거치면 된다. 지적하고자 하는 진짜 문제는 기존 제도의 구멍이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서 ‘기준’으로 등장하는 다자녀 가정에 대한 자동차 취득세 감면 혜택은 심각한 맹점을 하나 지니고 있다. 뱃속에 있는 태아는 자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해 3월 막내 임신 사실을 알았고, 아이는 12월에 태어났다. 여러 사정이 겹쳐 차량은 지난해 4월에 바꿨는데, 아직 셋째가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득세 감면 혜택은 받을 수 없었다. 취득세가 적지 않은 금액인데다, 차량을 바꾼 이유가 셋째 출생을 대비한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도의 실효성과 관련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제도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주택청약을 비롯해 다자녀 가정에 제공되는 다른 여러 혜택의 경우 뱃속의 태아도 자녀로 인정한다. 혹시 모를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도 마련돼 있다. 출생 혹은 유산 시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동차 취득세 감면 역시 얼마든지 같은 방식으로 운영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자동차는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 중 가장 비싸다. 그만큼 과정이 간단치 않고, 여러 사정이 반영된다. 셋째 자녀 이상을 임신한 상황에서 늘어날 가족에 대비해 출산 전에 차량을 바꾸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지난 2월엔 조세심판원에서 이와 관련된 조세심판 결정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2021년 9월 15일 셋째가 태어난 A씨는 기자와 마찬가지로 출생 전에 자동차를 등록한 탓에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했다. 계약한 자동차가 예정보다 빨리 출고되면서다. 이에 A씨는 셋째 출생 이후 취득세 등의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청구에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이에 따른 조세심판에서 실제 양육을 위한 것임이 확인되면 비록 셋째 자녀가 출생하기 전에 등록된 자동차라 하더라도 취득세 감면 적용 대상이라며 경정청구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해당 제도의 취지가 다자녀 가정의 육아 지원 및 출산 장려라는 점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분명한 맹점이 존재하고, 조세심판원에서도 이를 인정한 만큼 조속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한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확대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피고 개선하는 것 또한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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