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은 인생 10년’이 한국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디스테이션
영화 ‘남은 인생 10년’이 한국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디스테이션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일본 로맨스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롭게 쓴 ‘남은 인생 10년’의 두 주역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가 국내 개봉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문화가 달라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영화 ‘남은 인생 10년’(감독 후지이 미치히토)은 스무 살에 난치병을 선고받은 마츠리(고마츠 나나 분)가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 분)를 만나 눈부신 사계절을 장식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80만부 판매고를 올린 코사카 루카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배우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일본영화 ‘신문기자’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가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3월 일본에서 개봉한 ‘남은 인생 10년’은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두 달간 장기 상영했고 최종 관객 234만8,000명, 30억엔 수익을 올리며 2022년 1분기 박스오피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1년에 걸쳐 일본 곳곳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상미와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로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의 음악을 전담해 많은 팬을 보유한 인기 밴드 래드윔프스가 첫 실사 영화 작업을 맡아 감성적인 OST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남은 인생 10년’ 홍보차 내한한 사카구치 켄타로(왼쪽)와 고마츠 나나. / 이영실 기자
영화 ‘남은 인생 10년’ 홍보차 내한한 사카구치 켄타로(왼쪽)와 고마츠 나나. / 이영실 기자

이러한 가운데 영화의 두 주역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는 지난 4일 입국, 무대인사 등 홍보 활동을 통해 한국 팬들과 직접 소통한 데 이어, 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에 방문한 소감은. 

고마츠 나나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영화가 일본에서만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도 개봉하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사카쿠치 켄타로와 함께 한국에 와서 직접 이 영화를 만든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사카구치 켄타로 “이 영화가 일본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전달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작년에 개봉됐고, 1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찍으면서 일본의 사계절을 소중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애정을 깊이 가진 작품을 보여줄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한국에 와서 무대 인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한국 관객들의 에너지와 힘을 얻을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

-직접 한국 팬들과 마주했다. 어땠나.  

고마츠 나나 “한국 관객들은 정열적이고 솔직하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해 준다. 그런 마음이 전해지면서 따뜻하다고 느꼈다. 무대 인사를 12회 정도 했는데, 그 모든 무대마다 엄청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다. 한국 팬들의 에너지 덕에 12번 다 잘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카구치 켄타로 “즐거웠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와 긴장이 있었는데 어제 무대 인사를 통해 한국 관객들의 에너지를 제대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기뻤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사랑이 있었다. 우리도 즐거웠지만 관객도 즐겨준다는 생각을 했고 매우 행복했다. 이 작품은 보고 나서 깔끔하게 감정이 정리된다기보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그래서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 소중한 한 편의 영화로 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은 인생 10년’에서 애틋한 멜로 연기를 펼친 사카구치 켄타로(왼쪽)와 고마츠 나나. / 디스테이션
‘남은 인생 10년’에서 애틋한 멜로 연기를 펼친 사카구치 켄타로(왼쪽)와 고마츠 나나. / 디스테이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캐릭터에 대해 어떤 디렉션을 줬나.  

고마츠 나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이번에 처음 작업했다. 촬영하기 전부터 감독과 만나서 대화를 나눴는데, 감독이 ‘매우 뜨겁게 만들어보자’는 말을 해줬다. 실제로 감독과 함께 원작자인 코사카 루카 작가님의 고향에 가서 그의 가족도 만나고 묘지에도 찾아가 참배했다. 경의와 사랑을 담아 임하자는 마음이었다. 감독과 여러 대화를 나누면서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고 감독도 뭐든 말해줬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다. 뜨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다.”

사카구치 켄타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사람이 갖고 있는 다면적 부분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연기에 대해 말할 때 굉장히 다양한 것을 말해줬다. 연기라는 것이 정답이 전혀 없기 때문에 누구와 같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다양한 패턴이 존재할 수 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그런 다양한 패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분이었다. 연기할 때 여러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을 조합하고 가능성을 찾아주는 감독이었다. 물론 다양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테이크를 거듭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감독이 캐릭터나 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물이 나왔을 때 마찰이 없었다. 그리고 젊은 감독이지만 사고방식이나 연출 방식은 노련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고 있는데 어떤 작품에서든 솔직하게 마주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또 배우들을 제대로 정면에서 봐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신뢰를 갖고 자신을 맡길 수 있는 감독이었다.”

-최근 한국 극장가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였다. 이에 ‘남은 인생 10년’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 같다. 

사카구치 켄타로 “물론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은 인생 10년’은 러브스토리도 있지만 가족애라든지 친구들과의 우정이라든지 굉장히 다양한 사랑이 들어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랑이 넘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은 나라를 떠나 공통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뛰어넘어 전해질 수 있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계속해서 조금씩 넓어져서 한국에서 더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마츠 나나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사랑을 담아서 찍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열심히 임했다. 언어가 아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영화를 보고 자신의 인생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마츠리를 연기하면서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의 인생은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니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이 얼마나 대단한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극 중 마츠리처럼 인생이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싶나.

고마츠 나나 “마츠리를 연기하면서 나도 생각해봤다. 만약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 특별한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가족, 소중한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그 추억 속에서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일상적인 것,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에 대해 각자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특별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남은 시간들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국내 극장가 저격에 나선 ‘남은 인생 10년’. / 디스테이션
국내 극장가 저격에 나선 ‘남은 인생 10년’. / 디스테이션

-한일 문화가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카쿠치 켄타로 “지금 일본에서도 한국 콘텐츠를 많이 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OTT 플랫폼이나 툴이 많이 생기면서 서로의 문화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고 그 덕에 서로 간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고 알고 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잖나. 한국과 일본이 문화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존재하고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교류가 더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생활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이 서로 통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한국 콘텐츠도 즐겨보나. 한국 콘텐츠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마츠 나나 “OTT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면서 나도 한국 콘텐츠를 많이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산행’이 기억이 난다. 엔터테인먼트성이 뛰어난 영화라고 느꼈고 매우 재밌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느꼈다. 이야기도 독특하지만 만드는 방식이나 특수분장, 조명, 촬영 방식, 카메라 앵글 등 기술적인 면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이 한국 작품을 접하고 알고 싶다. 일본에서도 오리지널한 방식으로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카구치 켄타로 “영화 속에서 마츠리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내가 연기한 카즈토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큰 마츠리를 만나 여러 가지를 배우고 변해가며 점점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이 영화는 남은 시간 동안 죽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다. 카즈토가 마츠리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봐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기보다 이 둘이 살았던 순간을 봐줬으면 좋겠다. 2시간이라는 짧은 영화지만 굉장히 농밀하게 두 사람의 관계,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여러분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고마츠 나나 “‘남은 인생 10년’을 찍고 나서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고 마음속이 텅 빈 느낌도 들었다. 1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짙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또 원작자의 유가족과 이야기를 하고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중대하게 임했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영화 마지막에 원작자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자막이 나오듯, 가장 먼저 전해야 할 분이 원작자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렇고 해외의 많은 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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