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래시’(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가 드디어 출격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플래시’(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가 드디어 출격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빛보다 빠른 스피드와 차원이 다른 능력을 자랑하는 원조 스피드스터 히어로 ‘플래시’. 그의 첫 솔로 무비로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영화 ‘플래시’(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DC 확장 유니버스의 새로운 변화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를 기점으로 지독히 길었던 부진을 끊고 히어로물의 새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첫사랑에게 데이트 신청 한 번 해본 적 없는 모태 솔로에다 카페에서 늘 같은 것만 주문하는 존재감 제로의 소심한 청년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 분). 그의 또 다른 정체는 빛보다 빠른 스피드부터 전기 방출‧자체 회복‧물체 투과‧천재적인 두뇌까지 완벽한 능력을 자랑하는 히어로 ‘플래시’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 우먼’에게 밀려 저스티스 리그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플래시’는 어느 날 자신에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시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 ‘배트맨’(브루스 웨인/벤 애플렉 분)의 만류를 무시한 채 끔찍한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장소에 불시착해 멀티버스 세상 속 또 다른 자신과 맞닥뜨리고 메타 휴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뒤엉킨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플래시’는 전혀 다른 모습의 나이 들고 은퇴한 ‘배트맨’(마이클 키튼 분)과 크립톤 행성에서 온 ‘슈퍼걸’(사샤 카예 분), 그리고 또 다른 ‘플래시’(에즈라 밀러 분)와 만나게 되고, 함께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 분)의 공격으로부터 시간과 차원이 붕괴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는 무사히 지구를 구하고 자신이 속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 매력적인 캐릭터로 관객 저격에 나선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 매력적인 캐릭터로 관객 저격에 나선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는 끔찍한 상처로 남은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 ‘플래시’로 인해 우주의 모든 시간과 차원이 붕괴된 후, 초토화된 현실과 뒤엉킨 세계를 바로잡고자 나선 DC 히어로들의 전력 질주를 그린 초광속 액션 블록버스터로,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017년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한 ‘플래시’의 첫 솔로 무비다.

왜 이제야 왔을까. 아니, 이제라도 와서 다행이다. 유머와 감동은 물론,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에 압도적인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액션 등 화려한 볼거리,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까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며 그동안 DC 히어로 영화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우선 여러 차원을 오가는 ‘멀티버스’라는 복잡한 설정을 단순한 스토리 구조 안에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점이 가장 좋다. 소중한 이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플래시의 심플하지만 먹먹한 서사 위에 작은 선택 하나에도 과거와 현재, 미래 시간과 차원이 바뀌고 뒤엉키는 초현실 세계가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거대한 세계관 속 가족애와 우정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성을 담아내 쉽게 몰입하고 따라갈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플래시’와 또 다른 ‘플래시’의 ‘케미스트리’는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하는 힘이다. 완벽한 능력을 보유했지만 존재감은 제로인 내향형 히어로 플래시와 평범한 대학생에서 뜻밖의 초능력을 얻게 된 외향형 히어로 또 다른 플래시.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으로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에즈라 밀러(사진)는 1인 2역을 완벽 소화하며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즈라 밀러(사진)는 1인 2역을 완벽 소화하며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두 명의 ‘플래시’뿐 아니라, DC 세계관을 관통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더 다채로운 재미를 완성한다. 31년 만에 돌아와 플래시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는 원조 배트맨부터 저스티스 리그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플래시와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는 배트맨, 강렬한 눈빛과 파워를 자랑하는 새로운 히어로 슈퍼걸, 최강 빌런 조드 장군까지, 반가운 이들과 신선한 얼굴들이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앞세운 화려한 영상미와 스펙터클한 액션도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플래시’의 초광속 액션부터 원조 ‘배트맨’의 클래식한 액션, 괴력을 지닌 ‘슈퍼걸’의 풀 파워 액션까지 다채로운 액션의 향연이 펼쳐지며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는데, 그중에서도 플래시의 상상을 초월한 스피드 액션은 신선하고 짜릿하고 ‘힙’하다. 오프닝부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에즈라 밀러는 더할 나위 없다. 극과 극 두 명의 ‘플래시’로 완전히 분해, 똑같은 얼굴로 마주한 첫 순간부터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설득한다. 극에 몰입하면 할수록 플래시와 또 다른 플래시가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코믹과 액션, 깊이 있는 감정 열연까지 다 된다. 그렇기에 그의 각종 사생활 논란이 더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러닝타임 144분,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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