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소위원회에서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좁혀지지 않는 이견에 제정까지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 뉴시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소위원회에서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좁혀지지 않는 이견에 제정까지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두고 여야가 다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도 당론으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야당의 태도가 ‘재난의 정쟁화’라며 패스트 트랙 지정 당론 채택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야 4당이 지난 4월 공동 발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특별검사 도입도 가능케 했다. 아울러 피해자 및 유가족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포함됐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단식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적극 힘을 쏟았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서 5만명 가량이 서명했고, 야 4당 183인 국회의원이 발의를 할 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큰 법안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전국민적 열망을 구현하기 위함”이라며 “(유가족분들이) 곡기를 끊어가면서까지 원통해하시는데 그분들의 한을 풀어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특조위 구성의 편파성, 피해자 범위의 지나친 확대 등을 이유로 해당 법안을 반대해 왔다. 이날 역시도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행안위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조사위원회 구성부터가 제대로 된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여당 3명, 야당 3명, 유가족 3명 이렇게 9명이 모여 조사위원을 추천하게 돼 있는 데 과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조사위원회가 필요시 특별검사 도입 등을 통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특별검사 강제권, 감사원의 감사 요구 등을 부여하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오죽하면 전문위원 검토 내용을 보면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까지도 지적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회의 입법 권한을 남용하면서까지 재난을 정쟁화한다”며 “정말 재난에 대한 유가족들을 위하는 부분이 맞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가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 법안심사 소위원장 두고 갈등

이러한 신경전은 민주당이 해당 법안에 대한 패스트 트랙 지정을 당론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1일 정책의원총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패스트 트랙 지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물론 민주당은 이러한 결정이 ‘확정’이 아닌 신속 처리에 대한 ‘의지’를 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패스트 트랙’ 지정이 단식에 나선 유가족들의 조건이라며 “우선 단식이라도 막아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민주당의 정쟁화로 받아들이며 반발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즉각 “민주당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당론 자체를 아예 포기하라”며 “이태원 참사 관련 특별법 처리를 여야 상임위에서부터 합의 처리하시겠다고 공언을 해 달라”고 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패스트 트랙 지정이)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희망고문을 시킬 우려가 있다”며 “합의해서 처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안은 소위로 넘어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당장 법안심사 소위원장을 둘러싸고 여야가 상충한 입장을 보이면서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민주당은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기존의 합의한 대로 1년마다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위원장을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는데, 이럴 경우 신속한 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합의를 한 게 맞다”면서도 “이태원 특별법 등을 둘러싸고 당의 입장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그 합의 정신이 무난하게 지켜질 것이냐 문제는 별개로 취급해야 될 것 같다”고 사실상 교대를 거부했다. 이에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합의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소위원장 약속을 파기하면서까지 내주지 않겠다는 것은 조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조금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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