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의 주식매매계약을 둘러싼 법정공방의 대법원 심리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의 주식매매계약을 둘러싼 법정공방의 대법원 심리 여부가 조만간 결정된다. 1심·2심에서 한앤컴퍼니 측이 승소한 만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홍 회장 측이 ‘쌍방대리’ 위법성에 대한 심리를 강하게 요청한 만큼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은 앞서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이 ‘쌍방대리’ 행위로 인해 매도인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잘못된 계약이라고 주장해왔다. 

◇ 대법원으로 넘어선 남양유업 매각 계약 분쟁… 조만간 심리 여부 결정 

법조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홍원식 회장의 주식매매계약(SPA) 이행 관련 소송 건의 대법원의 심리 진행 여부는 내달 중순 전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 회장 측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상고 기록은 지난 3월 17일 대법원으로 송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상고 기록을 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 심리불속행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재판부가 상고사건 중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만약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이 나오면 한앤코는 최종 승소하게 된다. 반대로 심리불속행 결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법원에서 최종 법리적 다툼을 벌일 수 있다.

양측의 분쟁이 시작된 지는 어느덧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홍 회장 측은 2021년 5월 한앤코에게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홍 회장은 부당한 사전 경영간섭, 비밀유지의무 위반, 사전합의사항 불이행 등으로 신뢰를 무너졌다며 한앤코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맞서 한앤코가 홍 회장 측을 상대로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법정 분쟁이 시작됐다. 

재판 과정에선 홍 회장 측이 제기한 ‘쌍방대리’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쌍방대리는 동일한 대리인이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을 대리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뜻한다. 홍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쌍방대리 행위로 인해 매도인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식계약 과정에선 국내 대형 로펌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홍 회장 측과 한앤코 측을 동시에 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 제124조와 변호사법 제31조에 따르면 쌍방 대리는 엄격히 금지된다. 민법 제124조에 따르면 대리인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본인을 위해 자기와 법률행위를 하거나 동일한 법률행위에 관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법 31조는 당사자 한쪽으로부터 상의(相議)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대해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쌍방대리는 사전에 당사자의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다. 홍 회장 측은 사전에 쌍방대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동의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쌍방대리로 인해 자신이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앤장 측은 양측의 동의를 받았고 팀을 나눠 차이니즈월(정보교류 차단규제)이 존재했다고 반박했다. 

1·2심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홍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류작업 등 단순한 사무대리 역할을 했기에 법률대리가 아닌 자문역할만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 홍원식 회장 “항소심 쌍방대리 심리 부실”… 대법원 상고 

홍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쌍방 대리’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심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홍 회장의 법률대리인 측은 상고 이유에 대해 “홍 회장 측은 계약 과정에서 법률대리인들의 ‘쌍방대리’ 행위로 인해 매도인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잘못된 계약이라는 점을 지속 주장했다”며 “1심 재판부는 쌍방대리 행위로 인해 계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법률대리인을 단순 ‘사자(심부름꾼)’로 격하 판단해 주식매매계약이 무효라는 홍 회장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심(항소심)에서 새로운 쟁점과 외국 입법례 사례를 토대로 ‘쌍방대리’의 위법성을 거듭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에 대한 법적 검토조차 없이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재판을 종결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2심의 경우 4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재판이 종결됐고 홍 회장 측은 새로운 주장과 쟁점에 대한 실질적인 입증 기회를 단 한 차례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쌍방대리 둘러싼 논란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쌍방대리 논란 사례로는 진로-골드만삭스 사건과 SK-소버린 사건 등이 있다. 해당 사건에서 김앤장은 쌍방대리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러한 쌍방대리 논란이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단순 자문’ 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대형 로펌들이 법망을 벗어났다. 차이니즈 월 역시 대표적인 방어 논리로 작동했다.

◇ 계속되는 쌍방대리 논란…  대법원 판례 나올까  

하지만 논란이 잇따르면서 법조계에선 쌍방대리 판단 기준을 강화하거나 명확한 판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코 측의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쌍방대리 논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민감한 인수합병 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다. 이에 법원이 이번 분쟁 사건을 계기로 쌍방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판단 근거를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한앤코 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의혹이 양측의 분쟁 과정에서 변수가 될지도 주목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한앤코 직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 패스트트랙(긴급조치) 제도를 적용해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당국은 한앤코 직원들이 남양유업의 경영권 인수·합병(M&A) 발표에 앞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산 뒤 시세차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코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해당 논란은 이번 소송과는 별개의 사건이다. 다만 홍 회장 측의 한앤코의 ‘신뢰위반’ 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만큼 분쟁 과정에서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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