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정기주총에서 조석래 회장·조현준 사장 등 사내이사로 재선임 예정
탈세·횡령·배임·형령 혐의로 재판 진행 중, 등기이사직 수행 자격 의문 제기돼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법정에 섰던 대기업 총수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있는 가운데, 탈세와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일가는 등기이사직을 그대로 ‘고수’할 것으로 전해져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효성그룹 측은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경제시민단체들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에 효성이 사외이사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준 효성 사장(좌), 조석래 회장(가운데), 조현상 부사장(우)

오는 21일 열리는 ㈜효성의 주주총회에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과 조현상 부사장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이 올라갈 예정이다. 조 회장의 셋째 아들인 조현상 부사장은 처음으로 ㈜효성의 등기이사직에 오른다.

◇경재개혁연대 “효성 총수일가 등기이사 선임 부적절”

이 안건이 통과 되면, ㈜효성은 조석래 회장 등 삼부자와 1명의 전문경영인으로 사내이사진이 꾸려지게 된다. 오너체제가 더 강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경제개혁연대는 이들의 선임이 부적절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은 모두 자신의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어 이사로서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태”라며 “조현상 부사장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사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석래 회장 일가 및 그의 핵심 측근이 형사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효성의 이사로 선임하려고 하는 것은 회사의 이익보다 총수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효성의 사내이사 후보 4명 중 3명은 모두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지난 1월 초 검찰은 조석래 회장 등 효성그룹 임직원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조 회장은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1,237억원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국내외 차명으로 수천억원대의 주식을 사고팔아 주식양도차익에 따른 268억원의 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위법배당을 통해 500억원의 불법 배당이익을 취득하고,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923억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도 적용받았다. 이상운 부회장은 이에 적극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또한 조현준 사장은 ㈜효성의 법인자금 16억원을 횡령하고, 조석래 회장으로부터 해외 차명계좌로 비자금 157억원을 증여받아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앞서 조현준 사장은 회삿돈을 이용해 미국의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력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새롭게 등기이사 후보로 오른 조현상 부사장의 경우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조현상 부사장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효성의 전략본부 임원으로 있었기에 이 같은 불법을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현상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수백만 달러의 해외부동산을 구입하고도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력도 있다. 

업계에서도 각종 위법 혐의로 효성그룹를 휘청이게 한 조 회장 일가가 사내이사로서 충분히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건강상의 이유가 고려돼 ‘구속기소’를 면한 조 회장이 정작 이사직 수행에는 문제가 없느냐는 시선도 있다.

◇건강 안 좋다더니, 업무 수행에 문제 없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고령의 나이인 점,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세가 악화된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기각했다.

또한 조 회장은 지난 1월 21일 정밀 암진단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등 건강상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었다. 조 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심장 부정맥 증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전립선암 징후를 보여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 회장은 출국금지 상태였지만, 검찰에 출국의 당위성을 설명한 뒤 일시적으로 해제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이 혐의가 가진 과중함에 비해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일기도 했다. 조 회장은 약 2주간 미국 LA병원에서 암 진단과 치료를 받은 후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둔 지난달 4일 귀국했다.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건강이 안 좋아 이사회 참석과 이사 업무 수행이 어려운 총수는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야 되는 게 정상이 아니냐”고 말했다.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 사외이사 영입,
   조석래 효성 회장 일가 ‘호위병’ 논란

그런데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외이사 후보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두고도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시절 기획재정부 제1차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한 핵심 관료 출신 인사다. 

 ▲효성의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그는 지경부 장관 퇴임 후 2년이 경과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효성이 형사재판에 연루된 상황에서 정관계에 영향력이 인사가 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최 전 장관은 조석래 회장과 같은 경기고 동문으로 알려져 의문이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최 전 장관은 지난해 원전비리 연루 의혹에 휘말리거나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는 매우 실용적”이라는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는 등 그 자체만으로 논란거리가 많은 인사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만큼, 사내이사 선임에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 효성 "재판 진행 중, 선임 문제 없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능력을 갖춘 대주주가 등기이사를 맞아 책임을 갖고 중장기 투자와 R&D 등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과 국가 국가경쟁력에도 긍정적”이라며 “주총 안건은 이사회에서 이런 부분 등을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레 오너일가가 등기이사를 사퇴하면 책임경영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법정에 선 총수들이 등기임원 사퇴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경영 활동에 어차피 제한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조 회장 등은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안이 다르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자격 논란에 대해선 “사외이사는 전문성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경기고 동문이라는 이유로 ‘방패막이’ 등 구설이 나오는 것은 지나친 억측”라고 일축했다.

조 회장 일가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효성의 주총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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