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접어지는 ‘물방울 힌지’… 주름·두께 대폭 감소
폴더블폰 흥행에 힌지 제조업체도 ‘방긋’

삼성전자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 모델./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 모델./ 삼성전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의 신규 폴더블폰 모델인 ‘갤럭시Z폴드5’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일 진행한 사전 판매 라이브 방송에서 1시간 40분 만에 전작 갤럭시Z폴드4 시리즈이 1.9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슬림한 디자인의 ‘갤럭시Z플립5’는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구가해, ‘아재폰’이라는 삼성전자의 오명을 씻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 3일 SK텔레콤의 집계에 따르면 공식 직영몰 T다이렉트샵에서 진행한 사전예약에서 20·30세대의 67%가 갤럭시Z플립5를 선택했다.

그런데 얼핏 살펴보면 갤럭시Z폴드5 시리즈의 디자인은 전작과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업계 관계들은 이번 폴더블폰 흥행 성공의 핵심은 ‘힌지’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있다고 보고 있다.

◇ 더 얇아진 갤럭시Z폴드5… ‘물방울 힌지’로 주름·두께↓

폴더블폰의 핵심은 단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패널인 ‘플렉서블 OLED(Flexible OLED)’다. 하지만 폴더블폰 본체와 연결된 플렉서블 OLED를 안정적인 각도로 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바로 ‘힌지(hinge)’다. 단순히 여닫이문의 경첩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플렉서블 OLED에 접히는 주름 크기, 기기를 접었을 때 닫히는 크기 등 폴더블폰 성능을 좌우하는 것이 곧 힌지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전 리포트(Precision reports)’는 “폴더블폰 시장의 성장으로 접이식 힌지 산업 규모는 2030년까지 상당한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관련 산업도 2021년부터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주요 기업들의 투자도 가속화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신형 갤럭시Z폴드5 시리즈에 적용된 힌지는 ‘물방울 힌지’ 기술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모델에 ‘U자형(하이드어웨이)’ 힌지를 사용해왔다. U자형 힌지는 이름 그대로 화면을 ‘U’자 모형으로 구부려준다. 높은 내구성과 이물질 유입 저항력이 강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화면이 완전히 접히지 않고 중간에 공간이 남아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가운데 부분 주름도 크게 남는다.

반면 이번 신형 모델들에 적용된 물방울 힌지는 접히는 부분이 물방을 모양으로 휘어진다. 때문에 접히는 빈 공간을 최소화해, 양쪽 화면이 딱 붙도록 만들어준다. 실제로 물방울 힌지가 적용된 갤럭시Z플립5는 접었을 때 두께가 15.1㎜다. 반면 U자형 힌지가 적용된 전작 갤럭시Z플립4의 두께는 17.1㎜로, 전작에 비해 약 13% 두껍다. 주름 크기도 전작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그동안 폴더블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왔던 원인인 ‘주름’과 ‘두께’ 모두를 크게 개선했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Z폴드5 시리즈에 적용된 물방울 힌지는 기존 U자형 힌지를 쓰던 전작보다 약13% 두께가 줄었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5 시리즈에 적용된 물방울 힌지는 기존 U자형 힌지를 쓰던 전작보다 약13% 두께가 줄었다./ 삼성전자

◇ ‘폴더블폰 낙수효과’ 제대로 받는 ‘KH바텍’… 매출 34% 증가 기대

갤럭시Z폴드5 시리즈가 높은 흥행을 보이면서 힌지 제조 기업들도 덩달아 이득을 보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에 물방울 힌지 부품을 공급하는 ‘KH바텍’에 대한 업계 주목도도 커지고 있다.

KH바텍은 1992년 설립된 IT전문 중견기업이다. 폴더블폰용 힌지, 다이캐스팅(Die-Casting), CNC, 프레스 기반 메탈케이스 등 IT부품 개발에 매진 중이다. 

폴더블폰 산업의 고성장은 KH바텍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매출이 삼성전자 폴더블용 힌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H바텍의 매출의 61%는 폴더블폰용 힌지 판매가 차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살펴봐도 이를 체감할 수 있다. KH바텍은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던 2020년 이후 매출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2020년 1,850억원에서 2022년 3,639억원으로 2년 새 97%나 늘었다. 영업이익은 무려 840%나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낙수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금융계에선 이번 갤럭시Z폴드5 시리즈의 흥행으로 올해 KH바텍의 실적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폴더블폰 출하량 전망치를 전년도 1,000만대에서 1,2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작은 큰 하드웨어 개선 없이 출시돼 기대에 못 미쳤지만, 올해 신모델은 눈에 띄는 하드웨어 개선으로 인해 다소 높아진 가격에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폴더블폰 관련 추천주는 힌지 독점적 공급자인 KH바텍”이라고 전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6월부터 시작된 갤럭시Z폴드5 시리즈 힌지 초도물량에 대한 단독 납품으로 2분기 호실적이 기대된다”며 “현재 보수적인 스마트폰 수요 환경을 감안해 폴더블폰 출하량 자체는 하향 조정하지만, KH바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4.1%, 39.4% 증가한 721억원과 52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KH바텍 사업보고서
2023. 3.2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H바텍(060720)-보수적 가정에도 저평가
2023. 7.31 메리츠증권
폴더블폰 언팩: 명불허전 기술력
2023. 7. 26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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