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서준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로 돌아왔다. / 어썸이엔티
배우 박서준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로 돌아왔다. / 어썸이엔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서준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로 관객 앞에 선다. 또 하나의 도전을 마친 그는 “열정적으로 보낸 순간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보람을 느낀다”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영화 ‘잉투기’ ‘가려진 시간’ 등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얻은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새롭게 각색했다.  

박서준은 극한의 재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책임감을 지닌 민성을 연기했다. 민성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점차 변화해가는 인물이다. 박서준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 인물의 위태로운 눈빛과 갈등하는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몰입을 돕는다. 

최근 박서준은 <시사위크>와 만나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촬영 비하인드 등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함께 한 순간을 되돌아봤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CG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또 새로운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어땠나. 개봉을 앞둔 소감도 궁금하다. 

“완성도가 만족스러웠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다. CG도 처음 보고 음악도 처음 보고. 모든 부분에 있어 완성도가 높아 출연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관객과 만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19 덕에 감사함이 더 극대화됐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더 ‘선택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티켓을 구매해서 찾아주시는 거니까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작업한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기 때문에 감사함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저 열심히 했죠?’ 하며 칭찬받고 싶은 것도 있고 부족하면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고 그렇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민성이라는 역할 자체가 그랬다. 주연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오는 설정들이 있다. 항상 정의롭다 같은. 그런데 민성은 특수한 정의로움이 있다기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것이 강한 그저 평범한 인물이었다. 그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 어떤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정선의 연기를 하는 것도 도전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민성으로 분해 평범한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박서준. / 롯데엔터테인먼트
민성으로 분해 평범한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박서준. / 롯데엔터테인먼트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했나. 

“표현의 정도에 대해 가장 고민이 많았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인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 것인가, 어느 정도 목소리 톤과 어느 정도 눈빛으로 표현할 것인가.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선, 그 중간 어딘가를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또 영탁이라는 캐릭터가 극의 구심점이지만, 민성 역시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재난을 보여주는 장면이 민성으로 시작이 되기 때문에 그런 중심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임했다.”

-민성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얼마나 공감했나. 

“신념이라고 하기엔 거창할 수 있는데, 민성은 가족이 중요한 사람이다. 게다가 명화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서사가 있어서 명화를 더 아끼려고 했을 것 같다. 인생의 목표가 가정의 행복과 화목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재난 앞에서도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켜내는 게 가장 중요했던 인물이다. 나의 아버지가 상당히 그런 성향이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나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면서도 그런 책임감에 대해 많이 느꼈고 그 책임감을 고스란히 유산처럼 받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외적 표현을 위해 체중 감량도 했다고. 

“엄태화 감독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현실감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드림’ 끝나자마자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찍었는데, ‘드림’에서 축구선수 역할이라 운동도 많이 하고 몸도 최대한 맞췄다면, 이번에는 배경도 그렇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근육질보다는 마른 체형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7kg 정도 감량을 했다. 민성은 여유 시간이 생기면 운동보다는 명화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을 것 같았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마른 체형이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컨디션이 좋은 체중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 빼다 보니 현장에서도 컨디션이 왔다 갔다 하더라. 게다가 굉장히 더운 여름에 추위를 느껴야 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다 보니 힘이 들긴 했다.”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춘 박서준(왼쪽)과 박보영. / 롯데엔터테인먼트 ​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춘 박서준(왼쪽)과 박보영. / 롯데엔터테인먼트 ​

-말한 것처럼 더위와 싸우느라 고충도 많았다고.    

“속에 입은 옷은 땀으로 다 젖어있었다. 아무리 닦고 씻고 한다고 해도 슛하기 전에 이미 땀이 나고 있었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추위로 하는데 땀이 자꾸 나니까 걱정이 되는 거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지더라. 입김 하나도 디테일하게 CG 작업을 해주셨더라. 전혀 이질감이 없는걸 보면서 완성도가 정말 높다고 느꼈다.”

-선배 이병헌과의 호흡은 어땠나.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 이병헌 선배 연기하는 거 보면서, 같이 호흡하면서 정말 즐거웠다. 물론 상황은 너무 힘들지만 한 컷 한 컷 오케이가 날 때마다 오는 뿌듯함이 항상 있었다. 나도 배우 생활을 10년 이상했으니 나만의 방식이 있는데, 내가 하고 있는 방식들이 선배와 비슷한 지점이 있구나 싶어서 나도 잘 생각하고 가고 있다는 위안도 얻었다. 뿌듯한 시간이었다.”

박서준이 이병헌과 호흡을 맞춤 소감을 전했다. / 어썸이엔티
박서준이 이병헌과 호흡을 맞춤 소감을 전했다. / 어썸이엔티

-어떤 방식이 비슷하다고 느꼈나. 

“현장이 항상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위기 자체가. 그래서 연기하는 상황은 심각할지라도 그 외에는 웃으면서 재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병헌 선배도 딱 그렇게 하시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볍지 않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엄태화 감독은 어땠나. 

“딱 필요한 말만 하신다. 되게 점잖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필요한 것만 말해줘서 헷갈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케이 하면 나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으니 오케이를 하셨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잔잔하지만 믿음을 준 감독님이었다.”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하나. 배우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  

“감독님이 주제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는데, 그 말은 즉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같다. 내가 영탁이라면, 민성이라면, 명화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다양한 해석이 있는. 그런 지점이 재미로 다가오고 잔상으로 남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열정적으로 보낸 순간들이 완성품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끝내면서 인간 박서준으로서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저 때 또 열심히 했구나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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