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삼성전자도 관련 사업 분야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로봇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삼성전자도 관련 사업 분야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4차 산업시대에 들어서면서 ‘로봇’ 기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상생활부터 의료, 제조, 국방, 우주·항공 등 적용 범위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의 육신에 ‘생각’이라는 힘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면서 관련 기술 산업 성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서는 AI로봇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38.6%를 보이며 353억달러(46조4,371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맞춰 국내 기업들 역시 AI로봇 관련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중심에 국내 최대 IT기업인 ‘삼성전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삼성전자, ‘로봇 감각기관’ 만들기 본격 행보

특히 삼성전자에서는 AI기반의 ‘인간형(휴머노이드)로봇’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3월 열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진화하는 지능형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직접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최근 사업 방향을 살펴보면 인간형 로봇용 반도체부터 하드웨어까지 다방면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속도를 내는 분야는 AI로봇의 ‘감각’기술 분야다. 8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오는 10월 5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열리는 ‘삼성 테크데이 2023’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 비전을 발표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오는 10월 5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열리는 ‘삼성 테크데이 2023’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 비전을 발표한다./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오는 10월 5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열리는 ‘삼성 테크데이 2023’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 비전을 발표한다./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2017년부터 개최된 삼성 테크데이는 삼성전자의 신형 반도체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다. 올해는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이 ‘반도체 휴머노이드의 등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박 사업부장은 이 자리에서 ‘세미콘 휴머노이드(Semicon humanoid, 인간형 반도체)’ 개발 현황 및 상용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미콘 휴머노이드는 초지능, 초연결, 초데이터 구현을 위한 첨단 반도체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세미콘 휴머노이드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감각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로봇의 ‘눈’이 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용 반도체 ‘아이소셀(Samsung ISOCELL)’을 생산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기준 CMOS 이미지 센서 시장 점유율 15.6%를 차지하고 있다.

◇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력… 삼성마크 단 두발로봇 나올까

감각센서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핵심은 단연 로봇의 ‘육체’다. 특히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걷는 ‘두발로봇’은 완전한 휴머노이드 로봇 완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로봇이 필요한 노동 환경의 경우, 대부분 인간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설계돼 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바퀴형 로봇이나 네발로봇의 경우, 움직임에 제약이 발생한다. 반면 두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작업 환경의 제약에서 훨씬 자유롭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인간형 반도체 기술과 고성능 AI모델을 적용하면 말 그대로 ‘완벽한 일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로봇 개’ 등의 네발로봇은 4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 보행 패턴만 안정시키면 균형을 맞추는 것이 비교적 쉽다. 반면 두발로봇은 두 다리만 균형을 맞춰야하는데, 이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생산 비용도 굉장히 비싸, 상용화도 아직은 어렵다. KAIST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2’만 해도 약 4~5억 원대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개발한 로봇제품들./ 레인보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개발한 로봇제품들./ 레인보우로보틱스

이 같은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택한 방법은 로봇 제작 전문 기업과의 협업이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약 867억6,573만원 규모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14.99%)을 확보했다. 또한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은 지난 3월 레인보우로보틱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의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만든 ‘KAIST HUBO Lab’의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와 그의 제자 이정호 대표이사가 2011년 설립한 회사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주요 제품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포함해, 천문 마운트 시스템, 미디어 서비스 로봇 ‘제이(JAY)’, 의료 레이저 로봇 토닝 시스템 등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어떤 협력이 있을지는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앞서 서빙로봇 등 기초적인 협력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안에 신형 서빙로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제품이다. 이를 통해 현재 국내 서빙로봇시장에서 ‘클로이 서브봇’을 앞세워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LG전자와의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3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등 로봇 개발 관련 협력에 나서고 있으나, 구체화된 사업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세부 계획이 완성되면 향후 발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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