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비스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그 이면엔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가중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 뉴시스
배달앱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비스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그 이면엔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가중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배달앱을 이용해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일이 더 피곤해졌다고 토로한다. 배달앱을 종종 이용하는 편인 A씨는 주요 3사 배달앱을 모두 깔아둔 채 그때그때 배달비 등을 비교해 주문하곤 하는데, 요즘 들어 비교가 더욱 복잡하고 까다로워져다는 것이다. 각 배달앱별로 배달비나 쿠폰, 프로모션 여부에 차이가 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한 배달앱 내에서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실제 <시사위크>가 3개 배달앱(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서 동시간대 같은 배달지를 기준으로 같은 매장, 같은 메뉴의 배달비를 확인한 결과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각 배달앱에서 선택 가능한 2~3가지의 배달방식에 따른 비용도 각각 달랐다. 특히 소요시간이나 배달방식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비용에 차이가 있는 것은 물론, 더 빠르고 편리한 배달방식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각 배달앱들의 경쟁적 노력에 따른 것이다. 국내 배달앱 3사는 그동안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배달비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단건배달과 다건배달을 구분해 선택할 수 있도록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각 배달앱에서 선택 가능한 배달방식은 입점 매장 차원의 배달과 배달앱 차원의 단건·다건배달로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급격한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배달앱 입점 매장들이 배달비 부담에 있어 소비자 몫을 늘리는 쪽으로 변화를 주는 모습이 일부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이 커진 것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역효과와 뜻밖의 역차별을 낳고 있기도 하다. A씨는 “잘 따져보지 않고 주문을 하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며 “혜택을 받아 좋은 점도 있지만, 가뜩이나 메뉴 고르기도 어려울 때 배달앱과 배달방식 등까지 따지고 나면 진이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배달앱 사이에 배달비 차이가 있거나, 쿠폰 및 프로모션이 다른 건 그나마 납득이 가지만, 같은 배달앱 내에서도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다”며 “예를 들면 배달비가 더 비싼 단건배달은 소요시간이 25분~35분이고, 더 저렴한 다건배달은 30분~40분으로 나오는 경우다. 또 단건배달보다 소요시간이 더 긴 매장 자체 배달이 오히려 비용은 더 비싼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A씨처럼 꼼꼼하게 따져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거나 배달앱 이용 및 할인정보에 취약한 디지털 약자 등의 경우엔 소비자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남들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배달원의 위치나 배달순서, 배달거리 등 워낙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단건배달보다 다건배달의 소요시간이 더 짧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극히 일부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엔 단건배달이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 배달방식에 따른 소비자 부담 배달비는 입점 매장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배달앱 차원에서 개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달앱 시장이 발전할수록 더 똑똑해지고 꼼꼼해져야 하는 소비자들의 숙제도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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