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 10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본사 내 김범수 센터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뉴시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 10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본사 내 김범수 센터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카카오 구성원들이 고용불안 우려 해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까지 악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 특사경, 김범수 센터장 사무실 압수수색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0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본사 내 김범수 센터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사경은 김범수 센터장 등 카카오 최고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주가 시세조종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SM엔터 주식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올해 초 카카오와 하이브는 SM엔터 인수를 놓고 경쟁구도를 구축한 바 있다. 하이브 측은 지난 2월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해 SM엔터의 1대주주에 올라선 뒤 SM엔터 지분 25%(주당 12만원)를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하고 경영권 인수 작업에 나섰던 바 있다. 그러나 주가가 치솟아 공개매수가를 웃돌면서 지분확보에 실패했다.

이후 하이브 측은 공개매수 기간이던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의문의 기타법인을 통해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하이브는 지난 2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IBK 판교점을 통한 SM의 주식 거래가 SM엔터 주가가 12만원을 넘어 13만원까지 급등하는 결정적인 국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시세를 조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SM엔터 지분을 대량 매집한 기타법인의 배후에 카카오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사건으로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이후 지난 4월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번에 특사경은 김범수 센터장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대상을 확대했다. 

◇ 시세조종 의혹에 노조 고용불안 원성까지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와 함께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지분 및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다. 하이브와의 인수 경쟁에선 최종 승리했지만 과도한 자금 투입에 따른 ‘승자의 저주 우려’와 함께 불미스런 악재까지 품게 됐다. 

이는 갖가지 이슈로 휘청이고 있는 김범수 센터장에게 부담스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의 사업 확장 행보와 함께 불거졌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각종 잡음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영업이익마저 역성장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특히 일부 자회사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우려를 키웠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자회사를 중심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10년차 이상 고연차 직원들에게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NCP)을 가동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에선 최근 희망퇴직 신청 절차도 진행됐다.  

이에 카카오 내부에선 고용불안 우려가 확산됐고 노조는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고용 불안 해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2018년 10월 단일 노조로 결성된 카카오노조(크루 유니언)의 첫 단체행동이었다. 

이들은 경영진의 무책임 경영을 규탄하며 고용불안 해소를 촉구했다. 집회 직후 김 센터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노조는 사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두 번째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카카오지회는 오는 17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인근 판교역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엑스엘게임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1시간 가량 행진할 계획이다. 

지회 측은 “적자 누적과 경영진 이익에만 집중하는 탐욕적인 경영에 대한 사과 및 책임경영을 요구한 1차 집회에 사측이 아무런 대응이 없어서 추가 집회를 진행한다”며 “카카오 공동체 여러 법인에서 권고사직, 희망퇴직, 회사분할 등이 진행돼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사측은 아무런 대화나 사과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실패에 따른 피해는 재직중인 구성원들이 입고 있지만 그와 관련해 경영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도 없고, 대화의 자리에도 나오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원성은 김 센터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악화 및 고용불안 사태에 대해 김 센터장이 사과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과연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김 센터장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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