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가 관객에게 닿을 수 있을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가 관객에게 닿을 수 있을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살면서 내가 선택했던 모든 것을 다 후회했어.”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 분)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직을 떠나 평범하게 살기로 결심한다. 수혁의 출소를 기다리던 보스 응국(박성웅 분)은 수혁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자신의 오른팔이자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 분)에게 그를 감시하라 지시한다.

수혁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찬 성준은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2인조 해결사 우진(김남길 분)과 진아(박유나 분)에게 수혁을 제거할 것을 의뢰하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무자비하게 타깃을 처리하는 이들은 수혁을 죽이기 위해 접근하는데…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배우 겸 감독 정우성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보호자’에서 연출과 주연을 소화한 정우성.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에서 연출과 주연을 소화한 정우성.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야기는 제목처럼 단순하다”는 감독의 말처럼, ‘보호자’는 평범한 삶을 원하던 한 남자가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처절하게 싸운다는 단순한 스토리다. 다만 이미 숱하게 소비된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어떤 시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또 다른 빛깔을 낼 텐데, ‘보호자’는 뻔한 전개와 빈약한 서사로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결과물을 내놨다.

가장 아쉬운 것은 진부한 인물 설정과 전개다. 과거를 후회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수혁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조직의 2인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혁을 버리기도 하고 놓을 순 없는 악랄한 조직 보스, 수혁을 해치우기 위해 투입된 외부 세력 등 그동안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인물들이다. 수혁이 사랑하는 여자가 시한부라는 설정 역시 진부하다. 

반면 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단순하고 쉬운 스토리 구조이기에,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이들의 선택과 감정이 온전히 이해되지 않으니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는다.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호자’로 뭉친 (위 왼쪽부터) 박성웅과 정우성‧김남길‧김준한‧박유나.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로 뭉친 (위 왼쪽부터) 박성웅과 정우성‧김남길‧김준한‧박유나.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물론 장점도 있다. 우선 몇몇 액션 시퀀스가 꽤 볼만하다. 카 체이싱부터 사제 폭탄, 네일 건 등 다양한 수단과 창의적 무기를 활용한 액션 등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플래시를 활용한 수혁의 액션 장면은 색다른 볼거리를 안긴다. ‘배우’ 정우성의 ‘멋짐’도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면이다. 

장르적 재미를 위해 ‘폭력’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수혁이 그토록 지키고자 하는 딸, 어린아이를 단순히 구해야만 하는 대상, 그저 연약하고 힘없는 존재로만 그리지 않은 점도 좋다. 이 지점이야말로 ‘정우성스러운’ 연출이다. 

정우성‧김남길‧박유나 등 무난한 활약을 보여준 배우들 사이 유독 빛나는 건 조직의 2인자 성준을 연기한 김준한이다. 콤플렉스와 불안으로 사건에 불을 붙이는 성준을 때론 능청스럽게, 때론 지질하게, 때론 처절하게 그려내며 뻔한 캐릭터 설정에도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한다. 영화 말미 ‘빵’ 터지는 웃음 역시 그의 몫이다.

정우성 감독은 “장르적인 외피는 ‘액션’이지만, 주인공인 수혁의 ‘죄책감’과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후회, 남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 간의 엇갈림과 충돌이 주는 긴장감과 웃음을 즐기실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진심은 관객에게 닿을 수 있을까. 러닝타임 97분,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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