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전기차 택시만 타면 멀미가 나서 불편해요.”

“앱으로 택시를 부를 때 전기차가 배정되면 취소하고 다시 호출합니다. 전기차 멀미 때문에 타기가 싫어요.”

온라인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전기차 택시 후기’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연료비가 저렴하고 엔진오일과 같은 소모품을 교환할 필요도 없어 편리함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차량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택시업계에서도 차량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이러한 전기차 택시(이하 전기택시)를 반기지 않는다. 전기택시를 타면, 소위 ‘멀미’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전기택시를 타고 멀미를 호소하는 이유는 ‘전기차의 특성’과,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내연기관 차량과 똑같이 운전하는 택시 기사들의 ‘운전 습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과 미션의 조합으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피스톤 운동을 하는 엔진이 서서히 출력을 높이고 변속기(미션)가 출력에 따라 단수를 조절하면서 속도를 높인다. 또 고속으로 주행을 하던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은 회전수가 줄어들고, 차량은 타력주행을 하면서 속도가 서서히 줄어든다.

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배터리와 모터의 조합만으로 구동돼 가속페달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최대 토크를 내면서 빠르게 가속한다. 여기에 ‘회생제동’이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회생제동은 차량이 주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저장하는 기능으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순간적으로 차량이 감속을 하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급가속과 급감속이 익숙하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전기차 특성에 운행 간 가속페달을 밟고 떼고를 수차례 반복하는 일명 ‘가속페달 끊어 밟기’ 운전 습관을 가진 택시기사들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면 말을 타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울컥거리는 최악의 승차감이 구현되고, 이는 승객의 멀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전기택시 급발진 의혹’과 관련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기택시의 급발진 의혹이 실제로 제조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오히려 택시기사가 가속페달만 밟았다 떼는 원페달 드라이빙에 익숙해져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착각하고 감속을 해야 하는 상황에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제조결함이든, 조작 실수든 간에 전기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은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기택시를 모는 택시기사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기차 운전교육이나 전기차 택시면허 시험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결국 현재로서는 전기택시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택시호출 앱을 이용하면서 배정된 택시가 전기택시라면 취소와 재호출을 반복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사정이 이쯤되다 보니 ‘택시호출 앱 전기차 제외’ 옵션을 만들 필요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택시를 호출한 승객들의 목적지를 보고 취사선택하며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것처럼 승객도 최소한 택시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불편을 줄이고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택시호출 앱 운영사 관계자는 “우리 택시호출 앱은 공급자(택시기사)와 이용자(소비자)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만큼 한쪽의 의견만 반영할 수는 없고, 양측 의견을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며 “이용자들이 전기차 승차감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점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약에 전기택시를 배제할 수 있도록 앱에 옵션을 만들면 오히려 전기차로 택시 영업을 하는 일부 택시기사들이 소외될 수 있는 등 차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처럼 양측의 의견을 취합해 타협점을 찾을 필요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택시호출 앱이 이용자인 승객보다 공급자인 택시기사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몇몇 택시호출 앱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옵션보다 기업이나 택시기사의 입맛에 맞는 옵션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택시기사에게 팁(TIP·봉사료)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택시 팁 기능에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여러 가지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옵션에 대해서도 시범 운영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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